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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미학 <16> 욕설의 미학

욕설같은 애칭 "문디 머스마…"

부산 女 : 날이 춥지예?

서울 男 : 별로 안춥습니다

부산 女 : 좀 춥지예?

서울 男 : 안춥습니다

이까짓 날씨야…

부산 女 : 참말로 안춥능교?

서울 男 : 예 안춥습니다

부산 女 : 문디, 지랄하네 머스마

주디가 시퍼렇더만은…

  • 이근열 교수
  •  |   입력 : 2005-02-10 21:41:36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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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열
바람이 차가운 어느 날 부산 처녀와 서울 총각이 공원에서 데이트를 했다. 추위를 느낀 부산 처녀는 사내가 웃옷을 벗어 걸쳐줄 것을 예상하고 서울 총각에게 물어 보았다. "날이 춥지예?"하고 부산 처녀가 물어 보자, 서울 총각은 "별로 안 춥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서울 사내가 눈치 없는 반응을 보이자 부산 처녀가 다시 물었다. "좀 춥지예?" 그러자 서울 총각이 "안 춥습니다. 이까짓 날씨야 봄날이죠"하고 답했다. 이에 자기 뜻대로 안 되자 조금 화난 부산 처녀가 언성을 높였다. "참말로 안 춥능교?" 그러자 서울 총각이 "예 안 춥습니다"하자 이에 화가 난 부산 처녀, "문디. 지랄하네 머스마, 주디가 시퍼렇더만은" 하더란다.

이 유머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과연 서울 총각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만약 서울 총각이 부산 처녀의 마지막 말을 욕으로 들었을 경우엔 둘 사이가 계속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웠을 것이고, 욕으로 듣지 않았다면 서울 총각이 부산 처녀에게 웃옷을 벗어 덮어주었을 것이다. 사실 이 유머 속에 나타난 부산 처녀는 자신의 속마음이 서울 총각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자, "이 남자야, 너의 입술이 파래진 것은 추운 것인데 왜 안 춥다고 하느냐"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부산 처녀는 서울 총각과의 막힌 언로를 답답하게 유지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이면서 직설적인 표현을 통해 체면으로 가려진 서울 총각에게 자신의 의사를 알려주고 있다. 부산 처녀의 마지막 말은 의사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상스러운 표현이 아니라 소통을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표현이다. 이 점에서 욕은 우리 시대의 비합리적인 병폐, 막힌 사회에 대한 의사소통을 뚫어주는 기능을 담당하기도 하기 때문에 상소리가 아니라 강조용법이나 효과적인 전달방식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결국 경상도 사람이 쓰는 상스런 욕은 저주나 비난의 의미만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위의 나타난 '문디, 지랄, 머스마'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 보자.

먼저 '머스마 가시나'의 경우이다. 서울신문의 통계(2005.1.5)에 따르면 경상도 말 '가시나'는 20대의 여성이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9위에 속할 정도로 요즘 여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비속적 언어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경상도에서 쓰는 '머스마' '가시나'는 비속적 의미가 아니고 친근성을 기반으로 한 정감의 말이다.

원래 '머스마'는 '머슴'에서 유래된 남자를 평칭으로 하는 말이고, '가시나'는 '가시버시'의 '가시'(아내)에서 유래된 말로 '여자'를 평칭으로 하는 말이다. 이 말이 날이 갈수록 'X할 가시나' 'X같은 머스마' 등과 같이 자주 부정적인 상황에 쓰이다 보니 호칭어가 부정적으로 인식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문디야, 문디 손아, 문디같은 기'에서 보이는 '문디'는 원래 '문둥이'의 뜻으로 문둥병이 걸린 것처럼 문드러지고 못생겨서 보기 흉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 말을 외모에 대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기준점에서 어긋나게 행동하는 사람이나 그 잘못된 행태에 대해 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문디'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쓰지 않고 친한 사람에게만 습관적으로 쓴다.

또 다른 지역 사람들이 경상도 사람을 '보리 문디'라고 하는 것은 '문디'의 쓰임이 빈번하고 다양해서 쉽게 특징적으로 인식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경상도 사람들이 민망한 상태에 처해 있거나 기분 좋을 때도 "문디, 얄굿데이"하고 얼굴을 붉히는 것처럼 '문디'가 악의적인 욕으로만 쓰는 말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지랄한다'는 원래 간질병의 발작으로 갑자기 몸을 떨고, 입에 거품을 물고 법석을 떠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말은 '지랄 염병'으로 쓰기도 하는데, '염병'은 전염병인 '장티푸스'의 딴말로, 고열이 나고 몸이 떨리는 병이다. 염병이 지랄병과 겹치면 아주 심한 증세가 된다. 또 '지랄 용천한다'에 쓰이는 '용천'은 '문둥병이나 간질병 등의 몹쓸병'을 의미하는데, '지랄'을 더 심하게 표현하는 말이다. 경상도 말 '염병, 지랄, 용천' 등은 실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이 사용한 말로,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말하는 속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언어 전달적인 측면에서 보면, 추상적인 상황을 나열하여 표현하는 것보다 잘 알고 있는 상황으로 비유해서 표현할 경우가 좀 더 확실한 전달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어수선한 상황에서 분별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분별없이 행동한다'든지 '야단을 떨고 있다'는 등의 추상적인 표현으로 나타내는 것보다 '간질병'으로 비유해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사람들이 쉽게 인식하게 하는 것이 전달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더러는 욕을 소통의 포기 혹은 파괴로 인해 마지막으로 나오는 것이며 폭력적인 자위권의 발동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욕은 민중의 생활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지만 바람직하지도 않고 쓰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경상도 사람들이 쓰는 욕은 상대에 대한 관계 유지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의 방법이고 효율적인 전달의 수단일 수도 있다. 경상도 사람의 욕이 카타르시스(속 후련함)에 기여하는 한 새롭게 인식될 필요가 있다.

이근열 부경대 국문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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