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연연풍진'

대만 영화가 처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허우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이안 등 해외유학파와 국내파 감독들이 '뉴웨이브'영화를 탄생시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할리우드 영화나 홍콩 오락영화 일색이던 대만 영화는 이때부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형태로 민중들의 삶, 생명력 등을 주제로 다루면서 유수 영화제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대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만 뉴웨이브 영화제'가 내달 13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해운대구 요트경기장 내)에서 개최된다. 허우샤오시엔을 비롯해 대만 출신의 유명 영화감독들이 연출한 영화와 다큐멘터리 15편을 잇따라 상영하는 이번 영화제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만의 다양한 모습을 서로 다른 시선과 방식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추모전을 가진 에드워드 양(2007년 타계)의 두 작품이 소개된다. 대만 현대사회 도시인들의 모습을 날카로우면서도 서정적으로 포착한 '청매죽마'(1985) '공포분자'(1986)가 그것. 1981년 미국에서 돌아와 영화계에 입문한 에드워드 양은 대만 뉴웨이브의 발단이 된 옴니버스 영화 '광음적고사'(1982)를 연출하면서 대만 뉴웨이브를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1989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안겨주며 허우샤오시엔을 세계적 거장으로 이끈 영화가 '비정성시'. 진지한 영화에 목말라 있던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이후 '희몽인생'(1993) '호남호녀'(1995)에 이르는 '대만 현대사 3부작'의 출발점이었다. 자전적 영화인 '동동의 여름방학'(1984)과 연애몽 자유몽 청춘몽 등 세 이야기로 구성된 '쓰리타임즈'(2005)도 상영된다.

지난해 '색, 계'를 통해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인정받은 이안 감독의 '쿵후선생'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 등 이른바 '아버지 3부작'도 스크린에 오른다. 1993년작 '결혼 피로연'은 부모의 결혼 독촉에 시달리는 게이 대만 청년과 영주권이 필요한 중국인 처녀가 미국에서 위장 결혼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과 갈등이 주 내용이다. 동성애, 동양과 서양의 가치관 차이 등 미묘하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를 영화적 표현으로 능숙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대만 뉴웨이브의 계승자 차이밍량 감독의 '안녕, 용문객잔'(2003)과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2006) 등도 함께 상영된다. http://cinema.piff.org, (051)742-5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