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 때 화가 徐熙(서희) 그림 雪竹圖(설죽도·상해박물관 소장). 때늦은 봄눈에 별천지가 기대된다.

夜深知雪重(야심지설중) 時聞折竹聲(시문절죽성)은 당나라 때 위대한 시인 白居易(백거이)의 시 夜雪(야설)에 나오는 구절. 白居易는 815년 정치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 長江(장강)을 낀 江州(강주) 고을로 좌천된다. 夜雪 시는 白居易가 시름에 잠겨 있던 이듬해 816년, 그의 나이 마흔다섯에 지었다.

'이부자리 베개 냉기에 놀라 / 쳐다보니 창문 밝구나 / 깊은 밤 큰 눈 짐작커든 / 대나무 부러지는 소리 이따금 들리네 已訝衾枕冷(이아금침냉) 復見窓戶明(부견창호명) 夜深知雪重 時聞折竹聲'. 쉬운 글자로 아름답게 쓰는 것이 白居易의 장기. 차갑다는 촉각, 밝다는 시각, 짐작한다는 지각, 듣는다는 청각을 짧은 시구마다 모두 담았다.

앞의 대구는 陶淵明(도연명)의 '귀 기울여도 아무 소리 없고 / 눈에 담긴 눈 희고 깨끗하네 傾耳無希聲(경이무희성) 在目皓已潔(재목호이결)' 뒤의 대구는 王維(왕유)의 '달 돋아 산새 놀래니 / 봄 시냇물에서 이따금 지저귀네 月出驚山鳥(월출경산조) 時鳴春澗中(시명춘간중)'과 같은 경지이다.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