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카르타의 불교사원 보로부두르는 높이 23㎝의 안산암 100만 개를 쌓아올려 만들었다. 만들어진 과정 등은 불가사의다. 부처님의 생애를 조각한 정교한 부조와 종 모양의 스투파들이 빼곡해 신비스러움까지 느껴진다.

인도네시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요. 가장 큰 섬인 보르네오일까요. 아니면 신혼여행과 동일어 같은 발리가 떠오를까요. 어쩌면 인도네시아와 발리를 연결하기 어려운 이도 있을 겁니다. 발리를 생각해냈다면 비밀스러운 추억을 간직할 풀 빌라, 장미 꽃잎으로 덮인 하얀 욕실이 자동으로 연상됩니다. 물론 발리는 고급 리조트들이 많은 곳입니다. 하지만 발리가 인도네시아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의 매력은 다양함에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리조트, 마음껏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큰 파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계 최대 불교사원, 이국적인 클럽…. 모두 인도네시아의 속살입니다.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의 가장 큰 소득은 숨겨진 다양한 얼굴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앙코르와트보다 먼저 세계 최대 불교사원으로 등재되었다는 보로부두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보로부두르는 족자카르타에 있습니다. 족자카르타는 한국 사람에게는 익숙한 관광지는 아닙니다. 보로부두르 이외에는 크게 볼거리가 없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한 번은 가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보로부두르는 전설 속에 있던 사원이었다고 합니다. 1814년 족자카르타를 점령한 영국의 부총독 래플즈가 주민의 전설을 믿고 발굴을 시작한 것입니다. 전설 속의 언덕을 파내니 거목으로 뒤덮인 보로부두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굴은 쉽지 않았습니다.

	발리 짐바란 해변에서는 일몰 시각에 맞춰 '짐바란 시푸드'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각종 해산물을 직화구이해 준다.

본격적인 보수 작업은 1907년부터 4년간 진행됐습니다. 이후 1973년 유네스코가 주도해 아시아 유적으로는 최초로 대규모 보존·보수 작업에 나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보다 먼저 보로부두르를 문화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 동인도 회사를 설립해 식민지 경영을 시작한 1602년부터 340여 년간 네덜란드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는 영어가 잘 통하는 편입니다. 간판도 인도네시아 말을 알파벳으로 소리 나는 대로 써 놓거나 영어 단어 그대로 표기하므로 관광하기는 편합니다.

신혼여행지로만 알려진 발리 역시 조금 다르게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숙소를 고급 리조트에 잡았더라도 젊은이들의 거리 '스미냑', 예술인들의 마을 '우붓' 등지를 꼭 찾아보길 권합니다. 스미냑에서는 발리 현지 디자이너들의 고급스러우면서 세련된 옷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손재주가 좋은 발리 사람들의 은세공품 등을 파는 가게도 빼곡합니다. 늦은 밤이면 비치 클럽에서 휴양지의 자유로움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우붓에선 현지 공예품뿐 아니라 저렴하면서 훌륭한 스파들도 많습니다.

족자카르타와 발리는 같은 인도네시아이지만 문화는 많이 다릅니다.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인 족자카르타에서는 종교상의 율법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쇠고기를 먹습니다. 하지만 힌두교도가 대부분인 발리는 소를 신성시해 돼지고기를 먹습니다. 음식이나 사는 방법도 다르지만 느긋하면서 미소가 아름다운 것은 인도네시아 어디서든 똑같습니다. 족자카르타와 발리에서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전통춤인 발롱 댄스. 선과 악의 대립을 보여준다(위 사진).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나온 '빠당빠당 비치'. 작고 소박한 해변이다.

◇신비로운 문화유산·로맨틱한 리조트…헤어나지 못할 여유로움까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와 발리를 한 번에 돌아보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 여행은 역사와 휴양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독특한 콘셉트로 진행됐다. 족자카르타에서 보로부두르를 통해 인도네시아 역사를 보았다면, 발리에서는 리조트와 독특한 즐길 거리를 통해 휴양지로서의 매력을 경험했다.


■ 보로부두르

- 밀림 속 거대 불교사원
- 정교한 벽·스투파 탄성

	보로부두르 중층에는 종 모양의 스투파가 72개 있다. 아래로는 밀림이 펼쳐져 있다.

족자카르타는 35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던 지난달 27일 인천은 영하 1도, 족자카르타와는 36도 차이였다. 그야말로 겨울에서 한여름으로 온 셈이니 더 덥게 느껴졌다. 인도네시아는 11월 말부터 우기가 시작된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소나기 같은 비가 쏟아지지만 금방 그치기도 잘한다.

보로부두르는 15층 빌딩 높이에다 정사각형 밑단의 한쪽이 123m에 달한다. 샤일렌드라 왕국이 780년부터 830년 사이에 완성했다고 알려졌다. 높이 23㎝의 안산암 100만 개를 접착제 없이 쌓아올려 만들었다. 그 많은 안산암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어떻게 쌓아올렸는지 모두 불가사의다. 거대한 언덕의 겉은 구조물이고 그 속은 흙으로 메워 올린 구조다.

사원의 맨 아래인 하층은 정사각형이고 중층은 원형 3층으로 72개의 불탑이 있다. 상층은 거대한 불탑 하나로 돼 있다. 불탑은 마치 종처럼 보이는데 '스투파' 라고 부른다. 가장 위인 상층에는 거대한 스투파 하나만 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좁아지는 형태의 불교 사원이다.

밀림 안에 있어 양쪽 나무 숲 사이로 난 길만 보고 걷다 고개를 들면 와 소리가 절로 나오게 거대한 사원이 솟아있다. 높이가 높고 발 딘는 폭이 좁은 계단을 조심스레 오르면 어느새 정교한 조각들과 만날 수 있다. 맨 아래층에는 부처님의 생애를 조각한 벽과 마주하게 된다. 세심한 묘사에 감탄이 계속된다. 중층의 스투파는 아름다운 조형미가 있다. 이와 함께 상층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광경도 눈맛이 시원하다.

마름모꼴의 구멍이 나 있는 스투파 안에는 부처님이 앉아 있다. 그중 머리가 없는 부처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덜란드가 식민지배를 끝낼 때 기념품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란다. 보로부두르는 유명한 관광지인데다 현지 학생들의 소풍지로도 유명해 인파를 피하려면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질 무렵 방문하기를 권한다. 방문 당일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돈을 받고 우산을 빌려주는 현지인들이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발리 즐길 거리

	발리 우붓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갤러리. 수공예 기념품도 함께 판매한다(왼쪽). 발리 스미냑 거리에 있는 비치 클럽 '포테이토 헤드'.

- '예술가 마을' 우붓 갤러리
- 개성강한 부티크 호텔 즐비

우붓에서부터 레기안, 스미냑까지 거리가 이어져 있다. 우붓은 '예술가들의 마을'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수공예 소품들이나 예술 작품을 파는 갤러리들이 포진해 있다. 이뿐 아니라 우붓의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대형 호텔이 아닌 부티크 호텔들이 숨어있다. 호텔별로 개성을 살린 인테리어에 수영장까지 갖춘 호텔들이 있어 발품을 팔면 저렴한 가격으로 독특한 곳에 묵을 수도 있다.

스파들도 많은 데 'The Kayma Spa'는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으며 1시간짜리 발리 전통마사지를 10% 세금 포함해 한국 돈 2만 원(20만 루피아)이면 받을 수 있다. 태국 마사지보다 손길이 부드러운 편이며 3가지 오일 중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도록 해 사용한다.

스미냑은 쇼핑몰인 스미냑 스퀘어를 중심으로 4갈래로 뻗어 있는 길을 따라 다양한 가게들이 포진해 있다. 스미냑에서는 쇼핑과 함께 비치 클럽 '포테이토 헤드'를 추천한다. 해변 바로 옆에 붙어 수영장이 있고 다양한 좌석이 마련돼 열대의 밤 공기를 즐길 수 있다. 수영장 바로 옆의 비치베드는 한국돈 5만 원 이상(50만 루피아) 주문해야 앉을 수 있다. 음료 가격이 1만1000원(11만 루피아) 정도이므로 3~4명의 일행이 있다면 식사와 음료를 그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 많이 비싼 편은 아니다. 오전 11시~새벽 2시 영업하며 바로 바닷가로 연결돼 산책할 수도 있다. 아예 오전부터 비치베드에서 자리 잡고 태닝을 하며 한가로움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밤이면 클럽 출구에서 택시를 불러주므로 귀갓길 안전에도 큰 문제가 없다. 클럽에서 불러준 택시의 요금은 달러나 루피아 모두 통용된다.

	지난달 개장한 림바 호텔의 로비(위 사진). 배 모양으로 꾸며져 인도양으로 향하는 느낌을 준다.

■ 림바 호텔

- 폐어선 3척 분해해 만든 로비
- 하늘과 바다 속 항해하는 듯

아야나 리조트에서 지난달 초 문을 연 호텔로 자연과 숲, 물 등을 주제로 만들었다. 호텔 로비는 폐어선 3척을 모두 분해해 그 나무를 블록 쌓듯 쌓아 로비의 벽으로 만들었다. 예술 작품 같은 느낌을 주는데다 낡았으면서도 새로워 보이는 색다름이 있다. 로비 전체가 바다 쪽으로 나아가는 배 모양을 형상화한 것도 재미있다. 로비 앞쪽의 배 모양의 바닥에는 물을 채워넣어 날씨가 좋은 날 파란 하늘과 구름이 비치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로비는 앞뒤가 완전히 뚫려 있어 대형 선풍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바람이 불어서 쾌적하다. 객실 내 아이폰 도킹 오디오가 있고 와이파이가 무료인 점도 매력이다.


■ 아야나 리조트 앤 스파

- 신혼부부의 파라다이스
- 거실·욕실, 정원과 하나

아야나는 이미 신혼여행객에게는 명소다. 아야나는 77만 ㎡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풀 빌라에는 오전 7시~오후 11시 객실당 전용 버틀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객실에 들어갈 때 전용 휴대전화를 고객에게 지급해 그 휴대전화로 버틀러를 부르면 5분 안에 객실로 온다. 아야나 풀 빌라 투숙객은 리조트 안에서 이동할 때 작은 골프카 같은 버기로 이동한다. 버틀러에게 연락하면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객실 내 어메니티가 록시땅인 것도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다. 풀 빌라의 거실과 욕실, 모두 정원의 풀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리조트 내 수영장뿐 아니라 풀 빌라 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따로 있어 호젓함을 즐길 수도 있다. 이곳 레스토랑 다바는 파인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맛과 플레이팅에 모자람이 없다.

	발리의 아야나리조트&스파의 명소 '락바'. 8인승 곤돌라로만 접근할 수 있으며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왼쪽) 허니문으로 유명한 아야나 리조트&스파의 풀 빌라 욕실에서는 정원과 바다 전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정원 잔디밭에 떨어진 프란지파니 꽃이 열대의 느낌을 더해준다.

■ 락바

- 바위 절벽에 있는 핫한 Bar
- 비·파도 없으면 신선 부럽잖아

바위(Rock) 절벽에 있는 바(Bar)라는 이름의 이곳은 아야나 리조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아야나 리조트뿐 아니라 다른 리조트 투숙객들도 이곳에 오려고 줄을 선다. 일몰이 시작되기도 전인 오후 4시부터 길게 줄을 서 있다. 락바는 아야나 리조트가 바다의 절벽을 파 내다시피 해 만든 바로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다.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마치 배 위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대신 바다와 아주 가깝고 지붕이 없어,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해 파도가 들이치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다.

락바는 접근 자체도 독특하다. 해안 절벽에 있으므로 전용 곤돌라를 타고 오르내려야 한다. 이 곤돌라는 정원이 8명이므로 더욱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하지만 아야나나 림바의 투숙객은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는 특전이 있다. 줄을 서 있으면 투숙객인지 물어보고, 방 번호를 가르쳐 주면 일반 입장객과는 다른 진입로로 들어가게 해준다. 림바와 아야나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있으므로, 림바에 묵는다면 로비에서 출발 시간표를 미리 알아두면 편하다.


# 비행기에 앉아 입국수속 받는 호사

-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인천~자카르타 구간 실시

■가는 길

부산에서는 족자카르타나 발리로 가는 직항은 없다. 족자카르타로 가려면 자카르타에서 내려 국내선 항공편으로 갈아타야 한다. 발리는 인천공항에서 직항이 있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인천~자카르타를 주 7회 오전 10시35분 출발하는 직항을 제공한다. 인천~발리도 주 5회 오전 11시5분 출발하는 직항이 있다. 한국인 승무원 2명이 항상 탑승하므로 도움을 받기에도 쉽다. 비행시간은 7시간 정도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의 가장 큰 장점은 기내 입국서비스다. 현재는 인천~자카르타 구간만 운항하고 있다. 보통은 인도네시아에 입국한 뒤 줄을 서서 기다려 입국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기내에 이민국 직원이 탑승해 좌석을 돌며 입국수속을 진행한다. 이는 입국 대기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 입국하려면 입국 비자를 사야 하는데, 이 비자도 인천공항 내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카운터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단, 달러화만 받고 있으므로 미리 환전해야 한다. 가격은 25달러로 주황색 또는 노란색 입국카드를 준다. 이것을 입국할 때 보여주면 된다.

■루피아로 환전하기

인도네시아의 화폐는 루피아로 우리나라 돈에 0 하나를 더 붙인다고 생각하면 계산이 쉽다. 예를 들어 1만 루피아면 우리 돈 1000원 정도다. 단위가 커서 헷갈릴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호텔과 음식점 등에 팁 문화가 있으므로 팁을 잊지 않도록 한다. 호텔에서는 달러가 통용되지만, 거리에서는 루피아만 받는다. 다만, 관광지 곳곳에 환전상이 있어 환전은 어렵지 않다. 환전상을 이용할 때는 그 자리에도 돈 확인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른바 '밑장빼기'로 지폐를 빼돌려 관광객을 속이는 사례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보통 한국에서 달러로 환전해 그 달러를 루피아로 환전한다. 달러 고액권일수록 높은 환율을 받는다.

취재협조=인도네시아 관광청, 아야나 리조트&스파,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