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49.1% 전국평균 못 미쳐
- 접전지 꼽힌 강서 44.7% 불과
- “투표해 봐야 결과 똑같단 인식
- 민주 지지층 자포자기 만든 듯”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사전투표제를 도입한 2014년 지선 이후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대선 직후 치른 선거라 유권자가 피로감을 느낀 데다 판세도 일찌감치 굳어져 정치적 효능감이 떨어진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산 강서구처럼 더불어민주당 지지세를 무시 못해 격전지로 점쳐진 지역에서도 오히려 투표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자포자기’가 결집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보면 이번 선거의 부산지역 투표율은 49.1%로 나타났다. 50.9%로 간신히 과반을 이룬 전국 평균보다 떨어지는 수치다. 울산(52.3%) 경남(53.4%)은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선거 참여가 가장 활발했던 지역은 58.5%의 전남이다. 반면 광주는 37.7%의 투표율로 전국 최하위에 머물렀고 대구가 43.2%로 뒤를 이었다. 전국에서 전반적으로 지난 3월 20대 대선(전국 77.1%, 부산 75.3%)과 비교해 투표율이 크게 떨어졌다.

부산 기초단체별로는 남구가 52.2%로 가장 높았다. 북구(51.3%)와 금정구(51.3%)가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연제구(51.1%) 동구(50.5%) 영도구(50.5%) 서구(50.4%) 중구(50.0%)가 50%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사전투표 때 원도심 4개 구의 참여율이 도드라지게 높았던 것과는 양상이 다소 달랐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2014년 제6회 지선 때부터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다. 부산지역 지선 투표율도 이때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대선을 치른 게 불과 두 달여 전이라 유권자의 피로감이 있는 데다 ‘이번 선거는 투표해봐야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인식의 결과로 해석된다. 부경대 차재권(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 때 나타난 네거티브 경쟁이 정치 혐오를 확산시킨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각 정당 지지자들도 리벤지(설욕)나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등이 떨어져 각층의 결집 또한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부산대 진시원(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민주당 지지자는 앞선 선거의 영향으로 이번에도 패배할 거라 생각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는 이길 것이 뻔한 선거로 여겼다”며 “이런 구도 때문에 양측 지지자들 모두 꼭 투표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걸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광주와 대구의 투표율이 나란히 하위 1, 2위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선거의 부산지역 최대 격전지로 분류된 강서구는 44.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기장군(43.3%) 다음 가는 하위 수준의 수치다. 일반적으로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은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던 셈이다. 이는 인구 구조상 민주당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평가되는 강서구와 기장군 유권자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투표해봐야 이기기 어렵다는 생각에 결집 효과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자포자기’ 지지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부산가톨릭대 차재원(인성교양학부) 교수는 “지선은 여러 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당대당의 대결 구도로 결집하는 양상이 덜하다. 게다가 민주당 지지자는 ‘내가 찍어봐야 변할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강서구가 상대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같은 생각을 품은 유권자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부산지역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 회차(연도) 전국 부산 1회(1995년) 68.4% 66.2% 2회(1998년) 52.7% 46.7% 3회(2002년) 48.9% 41.8% 4회(2006년) 51.6% 48.5% 5회(2010년) 54.5% 49.5% 6회(2014년) 56.8% 55.6% 7회(2018년) 60.2% 58.8% 8회(2022년) 50.9% 49.1% ※자료 : 중앙선거관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