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에 대한 고정관념 깨는 법 제안
- 매주 토요일 작가들이 직접 진행

“여러분 그림자는 무슨 색일까?” “검은 색이요.” “회색이요.”

지난 25일 금샘미술관에서 열린 교육프로그램 ‘코드 그린(Code Green): 내가 만난 초록’에 참여한 아이들이 이정윤 작가와 함께 만든 ‘나만의 창’을 조명에 비춰보고 있다. 최승희 기자

“여기 컬러 필름지를 붙인 투명판을 조명에 비춰봐. 그림자가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다양하지? 너희도 이렇게 엄청나게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어. 그럼 다같이 ‘나만의 창’을 만들어볼까?”

지난 25일 부산 금정구 금샘미술관은 설치작가 이정윤과 함께하는 ‘코드 그린(Code Green): 내가 만난 초록’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금정문화회관이 전시관 간판을 ‘금샘미술관’으로 새롭게 달고 선보이는 첫 기획전시 ‘현대미술가와 함께하는 새로운 금정’의 첫 프로젝트다. 전시 ‘코드 그린’은 다음 달 10일까지 열리며, 매주 토요일엔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열린다.

전시는 교육되어진 색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고 읽는 나만의 프레임을 만들어가도록 제안하고 있다. “수년 전 병원 중증질환자 대상 미술프로그램에서 만난 50대 여성 분이 색에 대한 주제를 줄 때마다 엉뚱한 색으로만 그림을 그렸어요. 색맹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색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분이었죠. 저도 ‘초록’을 배우지 않았으면 그러지 않았을까요.”

이 경험은 팬데믹 이후 예술가의 사명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됐다. 초록색의 스펙트럼은 넓은데 단순히 ‘초록’이라고만 부르는 것처럼 우리가 너무 텍스트에만 갇혀 있다고 생각했다. “팬데믹 이후 새롭게 구축된 세상에선 유연한 사고가 중요해질 거에요. 일상이라 부르는 것들을 새로운 ‘렌즈’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예술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는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잘 아는 것만 같았던 ‘초록’부터 다시 생각해보자는 자리에요.”

이러한 맥락에서 작업한 최근작 ‘사라지는 노래 살아지는 노래’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자투리 유리판을 갈아내 가루를 만들고, 시들어버린 꽃들 위에 유리가루를 뿌려 가마에 구워내는 유리 퓨징 기법을 사용한 작품이다. 연금술사가 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하나의 ‘의식’처럼 치러지는 작업을 통해 용도를 다 한 식물은 이렇게 의미 있는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이 작업을 통해 과거의 나, 현재의 나로부터 몇 걸음 걸어 나와 다른 시각으로 삶을 통찰하고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다양한 프레임으로 공간과 시간의 축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한편 금샘미술관의 ‘현대미술가와 함께하는 새로운 금정’ 프로젝트는 ‘코드 그린’ 이후 김현명 작가의 ‘인 컬러 웨이브(In Color Wave)’ 정혜련 작가의 ‘어스 크랙(Us Crack)’이 순차적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