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2022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개편안으로, 종전의 과세 체계를 일제히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그동안 세제가 규제 목적의 정책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되면서 조세 원칙이 훼손되고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국민의 세 부담 확대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새 정부 국정 운영 모토인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어 이전 정부에서 설계한 조세 제도를 바꾸겠다는 의도다.

이번 개편안에서 15년 만에 조정된 소득세 과표에 따라 직장인 세 부담이 최대 80만 원 가량 줄어들게 되는 부분은 눈길을 끈다. 특히 인구감소 및 산업위기 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세액감면 혜택을 더 많이 받게 한다는 대목도 주목된다. 비수도권 중 ‘낙후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곳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받는 과세특례 제도의 혜택 기간을 ‘7년+3년(법인세 전액 면제 7년, 50% 감면 3년)’에서 ‘10년+2년’으로 늘린다. 해당 지역은 부산 동·서·영도구(인구감소지역)를 비롯해 경남 밀양·고성·의령·합천(성장촉진지역), 울산 동구·경남 거제·통영·고성·창원 진해구(고용·산업위기특별지역) 등이다. 비수도권 중소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뽑을 때 적용되는 법인세 공제액이 기존 1인당 1200만 원에서 1550만 원으로 상향되는 등 지역의 어려운 사정을 배려한 느낌이다. 이 밖에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강화 등 서민경제에 보탬이 되는 내용도 적지 않다.

역시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위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대대적인 개편 내용이 주된 관심사다. 주택분 종부세의 기존공제금액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방식을 합산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주택자가 부담하는 종부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각자 보유한 자산 규모에 따라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보유자의 공시가격 합산액이 30억 원인 경우 올해 종부세는 7151만 원이지만, 내년에는 1463만 원으로 5688만 원 준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부자 감세’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겠다.

정부는 2017년 22%에서 25%로 상향된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22%로 낮추기로 했다. 또 4단계로 나뉜 법인세 과세표준(과표) 구간을 2~3단계로 축소하는 등 기업의 세 부담을 대폭 경감한다. 이를 통해 법인(기업)은 6조5000억 원 정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3조4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개인보다 배가량 많다.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 등 2개의 큰 틀에 맞춘 이번 세제 개편으로 13조1000억 원에 달하는 세수가 감소할 전망이다. 그런데 ‘경제활력 제고’ 쪽에 치우쳐 혜택이 서민보다 부유한 집단에 더 돌아가는 개편안이라는 인상이 짙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신중한 접근이 있어야 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