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아동의 코로나19 돌봄 공백을 최전선에서 막아낸 지역아동센터가 치솟는 물가 탓에 운영 부담이 커져 어려움을 호소한다.

18일 부산 금정구 지역아동센터의 놀이방에 에어컨이 고장나 아이들이 창문을 열고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원준 기자

18일 오후 부산 금정구 서동 지역아동센터의 작은 놀이방은 후덥지근한 공기로 가득 찼다. 두 개의 큰 창에서 쏟아지는 햇볕을 받아 달궈진 방에서 초등학생 8명이 블록 놀이에 열중이었다. 센터는 지난 6월 작은방 2개에 있는 벽걸이 에어컨이 전부 고장 나 수리기사를 불렀지만 20년 된 노후 기종이라 수리할 수 없었다. 결국 센터는 공부방으로 쓰는 거실 에어컨 한 대로 여름을 보냈다. 박현숙 센터장은 “냉기가 전혀 안 느껴지지만 에어컨을 새로 살 여력이 없다. 중학생이 문제집을 푸는 시간에도 놀이방 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어 공부하는 아이들과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모두 불편했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의 한 지역아동센터는 최근 급격히 오른 식자재비로 급식이 부실해져 걱정이다. 북구 지역아동센터 1인당 급식 단가는 7000원이다. 센터관계자는 “올해 급식비가 1000원 올랐지만, 급식업체에서 아이들 숫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양을 보낸다. 닭볶음탕 20인분 시키면 닭이 한두 마리 정도 들었다. 소불고기도 양이 적어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에게 맛있는 반찬을 충분히 줄 수 없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국영수 교재비 등 매달 들어가는 고정비를 내면 문화체험 활동은 언감생심이다. 현재 아동 1인당 2만 원 정도를 문화체험비로 쓸 수 있다. 금정구 장전동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케이크 만들기 프로그램이 지난해에는 2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3만5000원으로 오르는 등 양질의 체험 진행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역아동센터는 올해 운영비가 규모에 따라 30만~40만 원 올랐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생활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북구의 한 센터는 “올해 공과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에는 전기·가스·수도료 합해서 20만 원 나왔지만 올 여름에는 똑같이 쓰고 30만 원 넘게 나왔다”고 말했다. 시는 센터당 1년에 냉·난방비를 34만5000원 지원하지만 한 달 냉·난방비가 10만~15만 원 나와 두세 달 쓰면 끝이다. 나머지는 운영비로 내고 부족한 돈은 센터장 사비나 후원금으로 채우는 현실이다. 16개 구·군 가운데 5개 구·군만 물가인상을 반영해 추가로 냉·난방비를 지원한다. 금정구는 2023년부터 30만 원을 추가 지급한다.

한 달 살림을 살고 나면 센터장과 직원 인건비를 챙기기가 쉽지 않다. 운영비와 인건비를 분리해 따로 지급하는 사회복지시설과 달리 아동센터는 합쳐져 있다. 그래서 20년차 센터장 월급도 최저임금 수준이고 상황이 열악한 곳은 전기료 폭탄을 맞은 달 최저임금을 못 맞추기도 한다. 재단이나 종교단체 등 후원을 받지 못하는 센터는 건물 임대료와 보증금을 센터장 사비에서 지출하기도 한다. 대부분 낡은 건물이지만 임대이기 때문에 리모델링은 꿈도 못 꾼다.

지역아동센터협회 관계자는“취약계층 아동의 돌봄 공백을 최전선에서 막지만 저임금 구조에서 헌신만 강요당하고 있다”며 “최근 시와 구가 처우개선비를 주지만, 근본적으로는 운영비와 인건비를 분리해 단일임금 체계로 가야 한다. 추경에 올라갔지만 통과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정구는 공기청정비와 전자출입카드 대여비 약 10만 원을 센터 부담으로 돌려 구의회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태연 금정구의회 의원은 “운영비를 올려도 시가 지원하던 수수료를 센터가 내야 하는 등 사실상 물가 인상분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저소득·한부모 가정 아이들 돌봄 공백을 책임지는 만큼 지자체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