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변호사회가 부산 남구와 북구의 재판 관할 지역을 부산지법으로 조정할 것을 요구하며 입법청원을 냈다.

부산법원종합청사. 국제신문 DB

부산변호사회는 부산 북구와 남구의 재판 관할 구역을 부산지법 본원으로 조정해 달라는 취지의 입법청원서를 법원행정처와 관련 국회의원 등에게 전달했다고 6일 밝혔다. 현행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상 북구는 부산지법 서부지원(강서·사상·사하·북·서구), 남구는 동부지원(해운대·수영·남구, 기장군)이 관할한다. 변호사회는 각 지원의 재판 지연 현상이 심해 이번 입법청원을 추진하게 됐다.

부산변회에 따르면 각 지원은 본원에 비해 판사 수는 현저히 적은 반면 처리하는 사건 수는 그에 비해 과다하다. 2020년 기준 본원에서 근무하는 판사는 99명이다. 동부지원은 27명, 서부지원은 20명이다. 본원 판사가 지원보다 4~5배 많은 셈이다. 반면 사건 접수·처리 건수는 2배 수준에 그친다. 민사 사건은 본원이 항소심을 포함해 2만8238건을 접수할 때, 항소심이 없는 동부지원과 서부지원은 각각 1만4911건, 1만1756건을 접수했다. 형사 사건 또한 본원이 1만3485건을 접수하는 동안 동부지원이 4820건, 서부지원이 4627건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각 지원이 사건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시일도 늘어났다. 본원이 민사 사건을 처리하는 데 평균 275.9일을 쓸 동안 동부지원은 298.3일, 서부지원은 287.5일이 필요했다. 형사 사건은 본원이 122.4일을 소요할 때 동부지원은 161.5일, 서부지원은 191.6일을 기록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부산변회는 이 같은 관할 구조가 부산시민이 평등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도 많아 업무 부담이 더욱 가중될 거라고도 염려했다. 1988년 9월 개원한 동부지원의 관할 구역 중 해운대구나 기장군은 센텀2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이나 오시리아 관광단지 조성사업 등 여러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17년 3월 개원한 서부지원의 관할 구역인 강서구에도 에코델타시티, 서부산 복합산업유통단지를 포함한 다수의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변회는 동부지원 관할 구역 중 상대적으로 본원에 가깝고 다수의 공공기관이 입주해 소송 사건이 많은 남구를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부지원 관할 구역 중에서는 대중교통 접근성과 지리적 인접성을 고려해 북구를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변회는 “모든 국민은 헌법 제27조에 의하여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그런데 부산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부산지역 재판 관할 구역에 따라 같은 소송이라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00일 정도의 기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며 “부산지역 내 각 법원의 인적, 물적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국민의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관할 구역 조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