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기초단체 대부분이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한 법적 의무 기준을 절반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이 장애인의 자활과 독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들이 만든 생산품이 전시된 한 판매점 모습. 국제신문 DB

14일 취재를 종합하면 11개 구·군이 올해 9월까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의무 기준을 절반도 못 채웠다.

일반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총 물품 구매액 중 1%를 중증장애인이 만든 제품을 구매하는 제도다.

그러나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금정구(0.10%) ▷사상구(0.12%) ▷사하구(0.15%) ▷ 영도구(0.16%) ▷동래구(0.16%) ▷연제구(0.18%) ▷기장군(0.23%) ▷해운대구(0.25%) ▷중구(0.27%) ▷북구(0.43%) ▷남구(0.48%) ▷동구(0.72%) ▷부산진구(1.16%) ▷수영구(1.17%) ▷서구(1.62%) ▷강서구(2.12%) 등 순으로 구매율이 저조했다. 기준을 초과 달성한 구는 4곳뿐이다. 총구매액이 예상치라 연말까지 변동성은 있으나, 구군별로 큰 격차를 보인다.

이에 사하구는 최근 각 부서에 장애인이 만든 상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0.48%)에 이어 올해(0.15%)도 미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 복지사업과 관계자는 “1%를 달성하지 못하면 부서 평가 점수를 낮게 받지만, 각 구매 부서 담당자들은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 적어 목표 금액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 장애인재활시설 등에서 생산하는 물건은 휴지, 복사지 등 생활 및 사무용품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미 1%를 달성한 구는 직원들의 관심이 중요하게 본다. 부산진구는 지난해(약 0.67%)에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자 올해는 매달 각 부서의 구매 담당자에게 협조 요청을 하고, 장애인재활시설 제품을 소개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했다. 올해(1.16%)는 조기에 목표치를 달성했다.

재활시설 운영자도 공공기관 담당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부산시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장은 “이맘때가 되면 기준치를 달성 못한 기관에서 주문 문의가 빗발친다. 장애인을 위한 마음이 중요한데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이 많다. 구가 요구하는 물건들은 장애인시설에서 소화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사하구의회 이임선 의원도 “반복된 미달 현상은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나서 장애인의 자활과 독립을 돕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