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가 적은 밤에 어린이 보호 구역(스쿨존)에서 자동차 제한속도를 완화하는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경찰청이 운전자의 식별이 쉽도록 노면에 관련 표시를 하기로 했다.

4일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3일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등의 후속 절차가 끝나면 내년 초 공포·시행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안전표지의 종류, 만드는 방식 및 설치·관리 기준’에 ‘시간제 속도제한 노면표시’ 신설이다. 어린이 보호 구역에는 이미 안전 표시와 가변형 속도 표시 전광판 등이 설치돼 운영 중이지만, 이를 시간제 속도제한 운영 구간의 기점과 구간 내에 필요한 지점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면에도 표시가 이뤄지면 운전자들이 더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시속 30㎞ 이하를 뜻하는 속도제한 표지판이 그려진 방수천을 가방에 씌운 채 등교하고 있다. 국제신문db

시간제 속도제한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속도 규제를 시간대별로 달리 운영하는 제도다. 이전에도 안개, 강우량 등 기상 조건에 따라 속도 규제가 달라지는 가변형 속도제한이 일부 도로에서 적용된 바 있다. 그러나 시간대에 따라 속도제한을 달리 두는 방식은 어린이 보호구역에 처음 도입됐다.

이에 따라 종일 시속 30㎞로 제한된 어린이 보호구역의 경우 심야시간대(오후 9시~다음 날 오전 7시)에는 시속 40~50㎞로 상향된다. 기본 제한속도가 시속 40~50㎞인 곳에서는 등하교 시간대(오전 7~9시·낮 12시~오후 4시)에 시속 30㎞로 하향할 수 있다. 단 세부적인 속도제한 조정 시간대는 지역 실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편도 2차로 이상의 간선도로 ▷보도·차도 분리 여부 ▷보행자 신호기 설치 ▷낮은 어린이 교통사고 빈도 등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시간제 속도제한은 지난 1년간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9월부터 정식 시행됐다. 현재 전국 11곳에 도입됐다. 서울 광운초, 대구 신암초, 인천 부원·미산초와 부일·부내초, 광주 송원초, 대전 대덕초, 경기 이천 증포초, 강원 춘천 봉의초, 강원 강릉 남강초 등 9곳은 심야에 속도를 높였다. 부산 구평초와 인천 동춘초는 등하교 시간대 속도를 낮췄다.

경찰청은 앞으로 지자체 예산이 확보됐으며 주민·학교 의견 수렴 등을 마무리한 곳을 대상으로 속도제한 구역을 30곳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