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력대응 나설 듯 하던 구의회측
- 90분 넘는 대책회의에도 無결론

부산 영도구에서 벌어진 구청장과 구의회의장 간 초유의 폭행 논란(국제신문 지난 22일 자 온라인 등 보도 )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의회가 대책회의에 나섰다. 그러나 의원들은 공식 대응을 자제한 채 입단속에 나서 논란은 증폭된다.

김기재 구청장(왼쪽), 이경민 의장

영도구의회 의원들은 26일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구청장과 구의장 간 폭행 시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이경민 의장 주재로 열렸으며, 여야 의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그러나 1시간 반 이상 회의를 하고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애초 의회 차원의 입장 발표와 사과 요구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의 후에도 공식 대응은 없었다. 대책 회의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오늘 회의에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구의회의장이 구청장에게서 뺨을 맞았다고 주장하는 초유의 논란 속에서도 의회는 5일째 공식 대응조차 하지 않는 셈이다.

앞서 이 의장은 지난 21일 영도구 기관장 송년회에서 김기재 구청장에게서 뺨을 맞았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 논란이 불거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당시 송년회 참석자 중 일부가 이 의장을 향해 예산 삭감과 관련한 항의성 발언을 했다. 이에 이 의장이 답변하던 중 김 구청장과 언쟁이 시작됐다. 이후 김 구청장이 이 의장의 얼굴에 손을 갖다 대면서 폭행 시비가 벌어졌다.

논란의 씨앗이 된 예산 삭감 문제는 지역 축제와 부산시 특별교부금 관련 내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8일 의회는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의 심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영도대표축제와 구룡마을 축제 행사 지원 예산이 삭감됐다. 영도대표축제는 영도다리축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신청한 예산 3억6850만 원 중 1억8425만 원이 삭감됐다. 의회에서는 명칭과 장소 등을 재검토하고, 내년 2월 부산시 육성축제 지정 결과를 지켜본 뒤 추경 때 예산을 반영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2000만 원을 신청한 구룡마을축제는 다른 동과의 예산 형평성 문제 등으로 전액 삭감이 결정됐다.

부산시 특별교부금인 흰여울문화마을 관광편의시설 조성 관련 예산 3800만 원 역시 전액 삭감됐다. 관광지에 공중화장실 등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의 설계 용역으로, 구가 성립 전 예산 편성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으로부터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 등이 나오면서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는 의회의 예산 삭감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다. 구 관계자는 “예산이 편성돼야 지역 축제를 시기에 맞춰 원활하게 준비할 수 있다”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 특성을 고려하면, 없는 살림에 시 교부금을 반환하는 것도 아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폭행 논란 당시 현장에는 예산 삭감과 관련된 단체장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당사자인 두 기관장의 폭행 관련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이 의장은 현장에서 모욕적인 말을 듣고 뺨도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김 구청장은 입을 막으려 손을 대려던 것뿐이고 폭행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