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산단 추진계획과 연계
- 4년 만에 돌파구 찾기 주목

부산시가 10년째 방치된 옛 부산외대 땅 개발을 위해 게임 산업단지와 함께 바이오 연구실을 들여오는 ‘바이오 랩 허브’ 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곳에 생명과학 연구 특화 시설을 마련해 부산의 신성장 동력을 찾으면서 동시에 표류 중인 개발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부산 남구 우암동 구 부산외대 캠퍼스. 김성효 기자

부산시는 남구 우암동 옛 부산외대 부지(13만4548㎡)에 바이오 랩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이 방안은 지난해 12월 옛 부산외대 땅 개발 관련 부서 협의 과정에서 시 첨단의료산업과가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는 부산산업과학혁신원에 바이오 랩 허브의 사업성 평가를 의뢰했다.

국제신문 취재 결과 바이오 랩 허브에 생명공학 관련 데이터 센터와 개방형 실험실 등의 설립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이곳에 바이오 랩 허브를 도입하기로 하면 부지 개발사업자 우암개발PFV㈜는 사업 제안서를 다시 작성해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자문을 새로 받아야 한다.

우암동 옛 부산외대 땅 개발 사업은 부산의 대표 장기표류 현안 중 하나다. 부산외대가 2014년 금정구 남산동으로 옮긴 뒤 지금까지 아무런 활용 없이 사실상 방치돼 일대가 슬럼화했다. 애초 시는 2019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업무협약을 맺고 주거단지로 공영개발하고자 했으나 2021년 6월 민간사업자가 이 땅을 매입해 공영개발은 무산됐다.

이후 시는 이곳에 ‘게임 비즈니스파크’ 조성을 추진했다. ▷공공기관 연구소 ▷교육기관 ▷민간기업 등을 유치해 게임산업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고, 게임 산업 관계자가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시와 민간사업자는 주거시설 비중 등을 놓고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사업 추진이 더뎠다. 우암개발이 지난해 8월 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공공주택용지 58% ▷비즈니스 파크(공공기여) 9.6% ▷복합시설용지(매각용지) 12.1% ▷도시기반시설용지(도로·공원·공공기여 등) 20.3%의 비율로 이 땅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시는 공공주택용지와 복합시설용지를 각각 38%와 39% 비율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업 표류로 일대 주민의 불만이 커지면서 시도 한동안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시는 게임 산업단지와 함께 이곳을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는 바이오 연구단지로 만들면서 사업자와의 새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장기간 방치된 이 땅으로 인해 일대 슬럼화가 가속화하면서 개발을 촉구하는 주민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시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옛 부산외대 공간이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주민 불편이 증폭되고 부산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시내에 미래산업을 육성할 공간을 만들면서 사업자가 이 땅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되 공공이익은 반드시 챙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