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3 비상계엄과 ‘릴레이’ 탄핵 등으로 타격이 우려되는 한국의 대외신인도와 관련해 금융·외환시장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철저한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올해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최상목(왼쪽 첫 번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국내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비율을 현재 ‘자기자본의 50%’에서 ‘75%’까지 높이기로 했다.

국내에 있는 외국 은행 지점도 250%에서 375%로 상향 조정된다. 선물환포지션은 은행의 과도한 달러 차입 등을 억제하기 위해 2010년 10월 도입된 제도다.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포지션 비율을 확대하면 은행이 외화 유동성을 좀 더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정부의 이번 조처는 계엄·탄핵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등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흔들려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을 주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 유입이 촉진되도록 기존 제한 조치를 전반적으로 완화한 것”이라며 “외환 유입을 엄격히 제한했던 기존 정책 기조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애초 지난해 말로 계획했던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시행 시기를 올해 6월로 연기했다. 이 제도는 위기 상황을 가정해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부족액을 평가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유동성 확충 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번 연기 결정으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테스트 시행 부담을 한층 낮추게 됐다. 이 밖에도 정부는 ▷채권시장 내 유동성 지원을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 원 ▷신규 발행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 ‘자산담보부증권’(P-CBO) 2조8000억 원 등 시장안정 프로그램도 올해 집중 운영하기로 했다.

우리 경제의 대외 신뢰도 제고를 위해 국제사회와 소통도 강화한다. 글로벌 경제·통상 인사와 만나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를 충분히 전달하는 등 아웃리치(접촉·설득)를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해 ‘범정부 옴부즈만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미국 신정부 출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신(新) 대외경제 전략도 추진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과 협력 채널 구축을 위해 미 의회 및 주정부 등과 긴밀히 소통하고 민간의 대외협력 역량을 활용해 실질적인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역대 최대인 360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올해 공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