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의 재정 손실을 유발한 ‘합천 호텔 횡령 사건’(국제신문 지난해 11월 19일 자 9면 등 보도)이 시행자와 공무원 간 유착에서 비롯됐다는 공익감사 결과가 나왔다. 공무원 다수가 향응을 받고 자격이 없는 업체를 시행자로 선정한 것도 모자라 군의회 동의 없이 사업비를 증액하거나 관리·통제 등의 업무를 소홀히 해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합천군청 전경. 국제신문 DB

감사원은 관련 업무를 위법·부당하게 처리한 당시 군 담당부서 전현임 과장, 팀장 등 5명에 대해 해임·정직(각 2명) 등 중징계와 경징계(1명) 등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다고 14일 밝혔다.

주요 지적 사항을 보면 담당부서는 2020년 5월 사업시행자 선정 과정에서 업체 2곳의 사업계획서를 평가하면서 임원 개인의 과거 근무실적을 유사사업 수행실적으로 인정해 줬다.

또 이들 업체의 예상매출액 등이 같아 담합에 따른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눈감아줬다.

나아가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원이 참여하거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이들 업체를 시행자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특히 이와 관련, 공무원 3명은 시행사 최종 전자입찰 전날 업체 대표로부터 서울 한 유흥주점 등에서 330만 원 상당의 향응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담당 부서는 또 지방재정법 37조 등에 따라 지자체가 ‘예산 외의 의무 부담’을 하는 경우 투자심사 및 행정안전부의 타당성 조사 등을 받아야 하지만, 단 한 차례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은 행안부에 이를 고지하고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2021년 9월에는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군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원리금 전체를 떠안도록 실시협약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2명은 법률자문을 통해 손해배상의 위험성을 알고도 군수 등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사업비 집행의 통제·관리 방안과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그 결과 시행사 대표의 사업비 189억여 원을 횡령·배임으로 2023년 6월 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군은 시행자의 대출원리금과 이자를 포함해 약 310억 원을 부담할 위기에 놓이게 했다.

군은 현재 PF 대출을 승인해 준 대리금융기관에도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고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여기다 담당 부서는 2021년 12월 군의회의 의결을 받지 않은 채 사업시행자가 증액을 요청한 총사업비 550억 원 규모의 PF 대출 약정을 최종 승인했다.

또 공무원은 3명은 사업이 중단될 때 일부 사업비를 보전받는 사업이행보증의무를 면제해 29억5000만 원의 손해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이에 감사원은 이들이 행정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뺀 5억150만 원을 변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처분 요구서를 징계 권한이 있는 합천군에 전달할 계획이다.

통상 5급 이상 혹은 중징계가 포함된 사건의 경우 기초지자체가 아닌 광역지자체에서 인사위원회를 열어 그 수위를 결정한다.

도는 우선적으로 조직 내 감사위원회를 통해 사건을 다신 살핀 뒤 감사원 통보 기준 30일 내 이들 5명을 인사위에 회부할 방침이다.

군은 다른 행정적 조치 사항을 60일 내 처리할 예정이다.

이번 감사와 별도로 진행 중인 경찰 수사는 지난 6월 마무리됐다. 당시 경남경찰청은 시행자로부터 향응을 받은 공무원 등 4명을 수뢰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송치, 검찰은 기소 여부를 따지고 있다.

도 관계자는 “처분 요구서에 충분한 내용이 들어가 자체 감사 기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무원 고의와 과실 부분을 따져 합당한 처벌이 뒤따르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군은 영상테마파크 1607㎡ 부지에 민간자본 590억 원(대출금 550억 원, 시행사 자부담 40억 원)으로 200실 규모의 호텔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2023년 4월 민간 시행사 대표가 수백억 원의 대출금 가지고 잠적하면서 결국 사업이 좌초됐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시행사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으나 기각, 최근 상고를 포기하면서 그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