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에서 전 여자친구를 붙잡고 4시간가량 흉기 인질극을 벌인 2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범행 직전 저지른 스토킹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다.

법원 로고. 국제신문 DB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민달기 부장판사)는 살인미수와 보복상해, 특수체포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20대)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법원은 또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그는 2023년 12월 11일 전 여자친구 B 씨가 사는 사천읍의 한 아파트에 무단 침입해 B 씨를 흉기로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당시 6, 7층 사이 아파트 계단에서 B 씨를 붙잡은 뒤 4시간 정도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다행히 A 씨가 스스로 창문을 통해 소방 당국이 설치한 안전 매트 위로 뛰어내리면서 소동이 일단락됐다.

A 씨는 B 씨로부터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하자 앙심을 품고 이런 범행을 벌였다.

앞서 그는 2022년 9월 결별 과정에서 B 씨의 집에 임의로 찾아가거나 여러 차례 연락했고, 경찰 수사와 재판을 받던 중 직장에서 해고됐다.

B 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A 씨는 B 씨의 주거지를 알아내기 위해 흥신소에 의뢰, 2023년 11월부터 12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사전 답사를 하는 등 또 다른 스토킹 행위를 이어갔다.

원심 재판부는 별도로 재판이 진행된 이별 직후의 스토킹 혐의를 제외한 채 이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사실오인 및 양형 부당으로 항소했다. 검찰도 ‘형량이 낮다’며 2심 판단을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인질극 직전 벌어진 A 씨의 스토킹 행위를 두고 원심과 달리 “B 씨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낄 수가 없었다”며 무죄로 봤다.

다만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A 씨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계획범죄였던 점 등을 감안해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범행으로 B 씨가 8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며 “이 사건 범행 동기와 방법, 결과 등을 봤을 때 죄책이 매우 무거워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