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혼돈에 쌓였다. 그는 미국과 국경으로 연결돼 있고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공언했다. 오는 4월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보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반도체와 의약품 등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중국 상품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행정명령이 발표될 때마다 세계는 놀라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부과 목적은 뚜렷하다. 첫째 무역 불균형 조정을 통한 제조업 활성화다. 수입되는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수입품 가격을 높여 수출 국가, 수출 기업들로 하여금 미국 내 투자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시장통합을 통해 경제동맹을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타깃이 된 이유는 이들 국가로 미국 기업이 가장 많이 이전했기 때문이다.
둘째 관세를 통한 세수 확대다. 트럼프는 자국민이 내는 세금은 줄이고 외국인이 내는 세금은 높이겠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를 현행 21%에서 15%로 줄이려고 하며 소득세 역시 내리겠다고 공언했다. 관세 수입으로 세수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셋째 외교 수단으로서 관세의 활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등록되지 않은 콜롬비아 범죄자들을 실은 군용기의 콜롬비아 착륙이 거부되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9시간만에 타협점을 찾았다.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한 달간 유예를 발표했다. 충격을 줘 상대를 협상장에 끌어들이는 수단이 관세다.
일반적으로 무역 불균형은 화폐가치의 조정을 통해 해소된다. 무역흑자를 남기는 수출국의 경우 외국 화폐를 많이 보유한다. 무역 적자국의 화폐가 시장에 더 많이 공급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화폐는 평가절하되며 이 국가의 수출품 가격은 하락한다. 그런데 달러는 그렇지 않다. 달러는 국제결제의 지급준비금이므로 미국이 적자국임이지만 모든 국가가 달러를 보유하려 하기 때문에 가치는 여전히 높다. 달러는 공급량과 상관없이 고평가되고 있고 이것은 미국 상품의 수출가격을 높여 미국 제조업의 대외 경쟁력을 낮춘다.
반면 고평가된 달러는 미국인이 수입품을 저가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불평등이 가장 심하지만 저소득층이 그럭저럭 살 수 있는 것은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값싼 재화들을 소비할 수 있어서다. 더불어 세계 각국의 지속적인 달러 수요는 미국 금융시장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원천이다. 고평가된 달러는 미국 제조업에는 위협이지만 금융시장의 성장, 소비자들의 삶에는 크게 기여한다.
무역 불균형을 조정하면서도 세계화폐로서 달러 지위도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트럼프는 관세정책을 활용한다. 미국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수요력을 지닌 국가이기 때문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제조업 중심 어느 국가도 미국의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에 팔려면 관세를 내든가 아니면 미국에 와서 생산하라! 이것이 미국 우선주의다.
트럼프의 목적은 달성될 것인가? 트럼프 행정부 기간에만 진행되는 것이라면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자동차 및 그 부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에 강하게 반발하는 기업은 다름 아니라 포드와 지엠이다. 기업들의 주된 생산시설이 이미 멕시코로 이전해 있기 때문에 관세부과는 곧 가격상승이다. 철강 알루미늄 수입 가격이 오르면 이를 소재로 한 미국산 제품의 가격도 오른다. 관세 인상, 연방정부 지출 감소의 단기적 결과는 미국 경제성장률 하락이다.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정책이 지속되면 라틴아메리카 국가 등에서 외환위기가 다시 의제화될 수 있다. 멕시코나 콜롬비아 같은 국가들은 미국 수출 비중이 매우 큰 데 수출이 감소하면 페소화 가치의 폭락을 배제할 수 없다. 환율 위기로 큰 피해를 당한 당사국들은 점차 미국에 대한 불신을 키울 것이다. 그들은 가능하다면 새로운 시장을 제공하고 재화와 서비스를 더 싸게 공급할 대안을 찾을 것이다. 트럼프식 관세정책의 장기적 결과는 세계화폐로서 달러 지위의 약화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 헤게모니를 약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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