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기반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다큐멘터리 감독 신나리(사진)가 향년 47세로 세상을 떠났다. 남다른 열정과 문제의식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며 영화 현장에 활력을 크게 불어넣은 신 감독의 타계를 접한 부산 영화계는 슬픔에 빠졌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신나리 감독이 지난 3일 급성 백혈병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고 9일 밝혔다.

단편영화 ‘그 자리’(2015)로 데뷔한 신 감독은 부산의 한 장의사 이야기를 담아낸 ‘천국장의사 그리고 봄’(2017), 시니어 모델을 꿈꾸는 부산의 노년 여성 이야기를 그린 ‘엄마의 워킹’(2022) 등 지역과 주위에서 소재를 찾아 진솔하게 삶을 담는 다큐멘터리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부산 기장군 일광의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역사를 다룬 첫 장편 다큐멘터리 ‘녹’(2018)은 제20회 부산독립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뼈’(2022)를 작업하던 중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신 감독의 투병 소식이 전해지자, 동료 영화인들과 관객으로부터 응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제24회 부산독립영화제의 티켓 수익금 일부를 신 감독에게 전달했다. 2023년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는 신 감독의 작품 4편을 연달아 상영하는 ‘신나리 감독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응원에 힘입어 신 감독은 2023년 제25회 부산독립영화제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뼈’ 특별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만남(GV) 행사에서 그는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후배·동료 영화인들을 격려하는 등 건강이 호전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악화된 병세를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3일 47세로 세상을 떠났다.

부산독립영화협회 관계자는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 신 감독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