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전기 요금 상승,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철도 요금을 KTX의 경우 기존보다 17%가량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까닭에 실제 상승률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부도 적정 수준의 인상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현실화되면 철도 탑승객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행 중인 KTX.

한문희 공사 사장은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공사가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열차 운영 효율 극대화. 인력 운용 최적화, 해외사업 진출,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포함한 역세권 개발을 통한 신성장 사업 확대, 전기요금 절감 등에 최선을 다했지만 경영 여건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며 인상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조만간 5조 원 이상의 재원이 투입되는 KTX 초기 차량 교체 사업이 진행될 것을 고려하면 14년째 동결된 철도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사장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해 KTX-청룡 운행 등으로 고속철도 이용객 8000만 명 시대를 연 데다 신규 노선 개통으로 여객 매출액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영업 손익은 -1114억 원, 부채비율은 265%에 이르렀다. 영업 적자는 2023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최근 4년간 50% 이상 오른 전기요금과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의 영향으로 재무 건전성이 한계에 이른 상태다. 공사가 지난해에 낸 전기요금은 5796억 원이었다. 올해에는 64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누적 부채 21조 원에 따른 이자 비용은 4130억 원(하루 11억 원 상당)이나 된다.

이에 공사는 철도 요금을 올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세부 인상률은 KTX 17%, ITX-새마을 등 일반 철도 10%다. 외부 연구에서는 정부 지원 없이 KTX 대체 차량을 도입하려면 전체적으로 25% 정도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 규정상 철도 요금 인상은 철도사업법시행령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물가 상승률, 다른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원가 수준에 따라 정부가 운임 상한을 지정하면 그 틀 안에서 범위와 시점을 논의하게 되어 있다. 이런 까닭에 공사가 구상 중인 인상률이 받아들여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도 공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알고 있는 만큼 일정 수준에서 인상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한 사장은 “철도 요금을 올리는 것은 국민경제나 소비자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며 “그러나 공사는 인상과 관계없이 철도 안정과 고객 서비스 향상, 공공성 확보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