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이 나흘째인 25일 안동 등 인접한 경북 동북부권 4개 시·군으로 확산한 재난 사태는 강풍 등 진화에 불리한 기상 여건과 전문 인력·장비 부족 등이 맞물려 초래된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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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마을에서 주민들이 야산에 번진 산불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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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2곳 야산에서 불이 나자 진화 헬기 수십 대와 인력·장비 등을 대거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화재 발생 첫날부터 산불 현장에는 초속 10m가 넘는 강풍과 극도로 건조한 날씨 등이 맞물린 불리한 진화 여건이 조성됐고, 이런 상황은 나흘째 이어졌다.
이런 까닭에 불씨가 강풍을 타고 수십∼수백m를 날아가 바싹 마른 나무와 낙엽 등에 옮겨져 또 다른 불이 발생했고, 이처럼 곳곳에서 발생한 불이 다시 합쳐지면서 의성 산불은 몸집을 키워나갔다. 화세를 키운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초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북동쪽 지역으로 확산했고, 현재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4개 시군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기상 악조건과 함께 산불 진화 핵심 장비인 진화 헬기 대부분이 초기 진화에 필요한 물을 공중에서 충분히 뿌릴 수 없는 중소형 기종이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번 산불 진화에 동원된 진화 헬기 상당수는 담수량 1000∼2700ℓ 규모의 중소형 기종이다. 군이 지원한 헬기도 담수량 5000ℓ 이상 초대형 진화 헬기는 소수에 그쳤다. 이런 탓에 헬기 조종사들은 담수 후 현장에 재투입되면 강풍으로 산불이 더 크게 번져 있는 상황과 맞닥뜨려야 했다.
이를 두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지난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초반에 2만~3만ℓ 이상 소화 가능한 수송기를 동원해야 진화할 수 있고 불이 커지고 난 다음 적은 용량의 헬기로 끄려고 하면 불이 더 번지고 진화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산세가 험한 현지 지역에서 지상 진화 및 확산 방지, 잔불 정리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인력이 부족한 점도 보완해야 할 요소로 지적됐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진화에 특화된 산림청 공중진화대와 특수 진화대, 119 산불특수대응단 등 전문 인력을 정예화하고 더 늘려야 순식간에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응할 수 있다”며 “산불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고려하면 선진 진화 장비 도입과 전문 인력 확충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