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미 경영 부담이 가중된 국내 산업계가 최근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와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최악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산업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한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 도입과 전력시장 구조 개편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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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조선·철강 등 19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17일 ‘전기요금 인상과 산업경쟁력,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정만기 KIAF 회장은 “지난 2년간 총 8차례에 걸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산업계에 실질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자동차(25%) 철강(25%) 알루미늄(10%)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우리 수출 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이들 산업(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은 대부분 전력 다소비 업종”이라며 “관세 부담과 전기요금 인상이 맞물릴 경우 기업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준기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상무도 “전기요금 인상과 미국 관세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친 삼중고는 영업이익률이 2~3% 수준에 불과한 영세 자동차 부품업체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 산업은 미국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으로 원가 절감을 통한 제조 경쟁력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포럼에서는 산업계 부담 최소화 방안이 논의됐다. 가장 먼저 제시된 것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 것이다. 정 회장은 “산업용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며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산업 환경과 통상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포럼 참석자들은 차등요금제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차등요금제 시행으로 비수도권의 전기요금이 수도권보다 낮아지면 비용 절감 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지역 이전을 검토·추진하는 기업이 지금보다는 많아져 ‘지역 간 산업 불균형’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계절·시간별 요금제 개선뿐만 아니라 지역별 차등요금제 시행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관련 제도가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 직접구매 허용 등 전력시장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박서우 KIAF 선임연구원)도 나왔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전력시장 구조 개편 방안에는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기존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 조성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