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초광역특구법과 관련해 산업계와 노동·시민사회계 대립이 커진다. 산업계는 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해 규제 합리화라며 환영하는 반면 시민·사회계에서는 이 법안에 담긴 특례는 일부 재벌을 위한 특혜라며 반발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 등을 담은 ‘초광역특구법’ 발의를 환영하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일 입장문을 내어 “지난달 20일 발의된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에 노동 특례가 포함된 것을 적극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협회는 “그간 반도체 연구개발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지속 건의해 왔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산업계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특례가 도입되면 반도체 핵심 연구인력의 유연한 근로시간 운용을 통해 연구개발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차세대 기술 개발과 기술 선점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제계는 이번 초광역특구법의 국회 통과를 강력 요구하는 상태다. 대한상의는 “초광역특구의 성공은 결국 기업과 인재가 모여 산업 생태계가 뿌리내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가 시작된 만큼, 입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충실히 담겨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제도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미래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현시점에 정부가 발표한 로봇·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초광역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메가프로젝트 추진 방안에 적극 공감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노동·시민단체들은 초광역특구법이 대기업 특혜법이라면서 강력 반발하는 상태다.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민주노총 등 1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회견에서 “초광역특구법이 일반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의무를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특례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SK하이닉스만을 위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이 법안이 택지 개발, 주택 공급 등의 사업 시행자를 민간 사업자까지 확대해 SK에코플랜트나 삼성물산이 직접 사업을 시행하고 막대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지적이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초광역특구법이 기존 법률에 담긴 공익적 원칙을 기업의 투자와 이윤을 위해 예외로 만들고 있다며 ”개발에 포용과 참여, 균분의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법안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고 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초광역특구법은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입주기업에 규제 특례와 재정·금융·세제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이다. 법안에는 연구개발 전문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근 회견에서 초광역특구법의 연구개발 종사자 등에 대한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도입과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연장은 장시간 노동과 고용불안을 심화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