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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용 톱 ‘히든 챔피언’…가격 아닌 품질로 승부

불황을 모르는 기업 <6> 태흥이기공업사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24-05-21 18:39:1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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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톱 제품 연 350만 개 생산
- 고가시장 형성된 유럽 수출 주력
- 고품질 비결로 연마 노하우 꼽아
- 농민 의견 청취 제품에 반영 노력
- 우영환 대표 “전동공구용도 연구”

국내에서 가장 많은 ‘톱’을 생산하는 태흥이기공업사는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브랜드 명성을 지켜가는 부산의 강소기업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진보하는 현대에 ‘지나도 한참 지난 것 같은’ 수공구인 톱은 존재만으로도 낯선 감이 있지만, 과수원과 정원 인테리어 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 중 하나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요즘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은 탁월한 품질을 갖춰야 한다는 것. 경제 수준 향상과 함께 성장한 원예 시장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태흥이기공업사의 톱은 가격 타협 없이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세계 시장이 먼저 찾는 브랜드 파워를 키워간다.
부산 기장군 정관읍에 있는 태흥이기공업사 본사 사무실에서 우영환 대표가 주력 제품인 원예용 톱을 소개하고 있다. 가지치기를 할 때 주로 사용되는 이 제품은 가장 많이 수출되는 톱 중 하나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태흥이기공업사 우영환(56) 대표가 안내한 부산 기장군 정관읍 본사 전시장에는 길이가 미세하게 다른 톱이 다양하게 비치되어 있었다. 우 대표는 “날의 모양과 길이가 미묘하게 다른데 나무와 지역에 따라 알맞게 사용된다. 작은 톱은 제주지역 귤나무에, 큰 톱은 대구지역 사과나무에서 많이 쓰는 식이다. 과일나무 가지가 깨끗하게 잘리지 않으면 바로 자라지 않으므로 좋은 톱이 중요하다”며 “수출 제품은 이탈리아 같은 유럽 국가에 특히 많이 팔리는데 단단한 올리브나무를 자를 때 톱이 자주 사용된다. 나무가 워낙 강하니 힘이 많이 들어가고 날이 마모되는 속도가 빠르다. 그럴수록 품질이 좋은 우리 제품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우 대표의 부친인 우병현(89) 회장이 1959년 창립한 ‘태흥공업사’ 시절 생산했던 톱은 대부분 목공용이었다. 중동에 큰 공사가 열려 목수들이 대거 출국할 때면 태흥공업사의 톱과 대패를 수십 박스씩 싣고 나갔다. 목공용 톱 생산으로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했으나, 전동 공구가 소공구를 빠르게 대체하던 시기부터 회사 매출이 점차 감소했다. 원예용 톱으로 눈을 돌린 것은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우 대표는 “목공 수요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감소했다. 목공용 톱은 거의 우리 제품을 썼는데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원예용 톱을 만들기 시작했고, 해외 유명 가든 전시회, 공구 전시회 등을 숱하게 참가하며 제품을 알렸다”고 회상했다.

원예용 톱의 해외 주문이 처음 들어온 것은 1992년이었다. 꾸준하게 전시회를 나가고, 원예 업계에서도 품질로 이름이 나면서 이탈리아와 미국 바이어가 직접 회사에 찾아와 이뤄진 거래였다. 이후 농사를 짓고 정원 조성 문화가 발달한 남유럽 서유럽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남미 베트남 중국 인도까지 세계 곳곳에 태흥이기공업사의 톱이 수출됐다. 연간 350만 개가량을 생산해 절반이 해외로 나가고, 그 가운데 60%가 유럽으로 들어간다.

우 대표는 “유럽 지역은 품질이 좋으면 제시한 가격을 대체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수출하는 입장에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국내 저가형과 비교하면 50% 이상 가격이 높지만 값을 깎는 대신 품질 유지에 더욱 주력하는 것이 우 대표의 전략이다.

품질의 비결로는 좋은 강철, 연마 노하우, 숙련공 확보, 기계 관리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연마 노하우가 최우선이라고 했다. 우 대표는 “좋은 공구강을 이용해도 가공에서 차이가 난다. 표면을 연마하고, 날을 내는 과정에 섬세함이 필요하다. 회사에는 40~50년씩 근무하신 분도 계신다. 현장 직원 50명 가운데 30년 이상 재직자가 3분의 1이다. 대부분 10년 이상씩 일하셨다. 모든 역할이 복합적으로 원만하게 작동할 때 우수한 제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시장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고민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변화가 전동 제품의 발달이다. 이미 많은 영역에서 전동 공구 대체가 이뤄졌고, 태흥이 전동공구가 닿지 않는 틈을 파고들어 성공을 거뒀지만 이 또한 변화될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는 일부 전동 공구의 배터리 지속이 짧아 수공구가 사용되지만, 배터리 성능이 개선될수록 수공구 활용도는 떨어지는 식이다. 농민이 선호하는 제품도 빠르게 변화해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우 대표는 현재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가위와 전동공구에 끼워 쓸 수 있는 교체용 톱날 등을 개발 중이다. 그는 “수시로 거래처와 농민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만들어 변화에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면 우리가 후발주자가 될 수밖에 없지만, 서두르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접근하려 한다. 제품 하나하나가 브랜드 명성과 직결되고 기존 제품의 신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해왔듯 좋은 품질로 신속하게 시장에 대응해 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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