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에서 부산 사상에 공천 신청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지역구 공천면접을 마치고 부산지역 출마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재수(북강서갑), 문재인(사상), 최인호(사하갑) 예비후보. 국제신문DB

- 18대 총선서 4석 획득 그쳐…이번 선거 3~4석 추가 기대
- 민주 10곳 이상 경선 가능성

- 일부 "바람에만 기대면 안돼"
- 후보들, 전략 단순화에 불만

야권이 4·11총선 최대 승부처인 부산 울산 경남에서 약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이반의 영향이 크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문성근 최고위원이 서부산권에서 일으키는 '문풍(文風)'에다 김두관 경남지사의 민주통합당 입당에 따른 '김풍'(金風)이 낙관론의 주요 근거다. 야권 후보 단일화로 새누리당과 1 대 1 구도를 만들면 '해 볼 만하다'는 정서가 팽배해 있다.

반면 '탄핵정국'과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형성됐던 2004년 총선보다 오히려 바람이 약하다는 비관론도 크다. 부산 영도와 경남 창원을, 울산 동구에선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 잡음을 내면서 피로도 역시 커지고 있다.

■야권의 승리 기준은

"부산 경남의 의석 절반을 가져오겠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지난해 12월 26일 부산 사상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부산 경남 울산 41석 중 20석 이상을 4·11총선에서 얻어내겠다고 밝혔다. 야권이 대외적으로 밝힌 구체적인 목표치인 셈이다. 문 상임고문의 발언은 일종의 '거품 전략'으로 보인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 약간의 거품이 끼면 경제 활성화(야권후보 당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품이 커지면 결국 터진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문 고문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의 마음가짐"이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민주당 전략팀도 최근 '겸손 모드'로 전환했다. 이미경 총선기획단장은 지난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목표 의석수를 일체 말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부산에서 조경태 의원에다 1~2석 정도를 보태겠다는 목표를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민주당 인사는 "목표치를 크게 잡지 않고 있다. 부산에서 2~3석 정도"라고 말했다.

18대 총선에서 부·울·경 야권의 의석은 민주당 2석(사하을·김해을)과 민주노동당 2석 (창원을·사천)을 합쳐 4석에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부산에서 2~3석과 경남에서 2~3석을 얻고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부울경에서 3~4석을 얻으면 총 7~10석 가량이 된다. 결국 18대의 4석보다 많은 7~8석 가량이면 야권이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야권 원동력은 "바람이 다르다"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김두관 경남지사가 지난 16일 국회 민주통합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한명숙 대표와 포옹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국제신문DB

'바람이 다르다'. 소위 낙동강 벨트의 야권 후보들이 내건 선거 모토다. 문 상임고문은 최근 잇딴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대권 경쟁에서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김두관 경남지사의 입당으로 야권은 천군만마를 얻었다. 장관(김정길), 전·현직 국회의원(조경태 김영춘 장향숙)에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해성 최인호 송인배 김경수 등) 등 인물론에서도 여권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민주당은 부산 경남 울산에서도 대거 경선을 벌일 태세다. 지난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경선 바람으로 45% 가량을 얻었던 야권은 이번 총선에서도 경선 바람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부산 경남 울산에서만 10곳 이상에서 경선을 치를 가능성도 높다.

후보 단일화 효과도 기대된다. 탄핵 열풍이 불었던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분열됐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을 합치면(무소속 제외) 부산에서 2석(사하을, 영도), 울산 3석(중구 북구 울주), 경남 6석(창원갑·을, 김해갑·을, 거제, 양산) 등 부울경 11석을 야권이 획득할 수도 있었다. 야권은 당시 6석(열린우리당 4, 민주노동 2석) 획득에 그쳤다.

■미풍 그칠 수도… 부울경 전략부재

야권 일각에서는 바람에만 기대면 2004년 총선때처럼 대거 역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민주당 전략팀도 최근 19대 총선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130석 안팎의 의석 획득에 그쳤다고 한다. 이미경 총선기획단장은 "수도권 50곳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만 말했다. 부산 경남에서 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해진다.

부산·경남 야권 후보들은 또 중앙당이 이 지역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전략을 세운다는 불만이 높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최근 사석에서 "부산은 곧 문재인이야"라고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 고문에게 부산 경남 총선을 맡겨 놓고 "몇 석만이라도 건져달라"는 전략이라는 뜻이다. 김두관 지사가 지난 16일 임종석 사무총장에게 "낙동강벨트라고 말하지 마라. 여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탄핵 열풍이 불던 2004년 부산 총선 구도를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짰다. 당시 부산 북·강서갑에 민주화 운동가 출신인 이철 후보를 꽂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공안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정형근 후보에게 6267표 차로 완패했다. 열린우리당은 이 때 부산 사하을의 조경태 의원 1석을 건졌다. 공교롭게도 조 의원은 '바람'에서 비켜 있었다. 조 의원은 당시 선거운동 기간에 "가급적이면 한나라당 비난은 피하고 조용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2004년 3월 7일 본지 인터뷰)고 말했다. 한나라당 결집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후 민주당 핵심 당직자들은 부산 경남에 대한 당시의 전략 부재를 모면하기 위해 사석에서 "조 의원은 3자 구도여서 쉽게 된거야"라는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 조 의원은 최근까지도 '바람 전략'을 거부하고 '지역밀착형 후보론'으로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