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발적 상황 대처 힘들어

북측이 27일 오후 군 통신선을 모두 차단한 것은 북한군의 포병부대에 대한 전날의 '1호 전투근무태세' 발령 이후 실제적인 군사적 행동에 돌입했다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27일 오전 11시 20분 남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며 "나라의 자주권과 최고 존엄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대응의지는 실제적인 물리적 대응으로 계속 과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번째 '실제적 물리적 대응'이 바로 통신선 단절이라는 뜻이다.

전날 북한은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하면서 "우리 군대의 초강경 의지를 물리적으로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북 소식통도 "북한 입장에서 보면 군 통신선을 차단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부부 싸움이 일어났는데 한쪽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전화나 문자메시지 수신은 물론, 윗 어른의 전화 등을 받지 않는 상황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군 통신선은 오해로 발생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막고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이 통신선이 차단된 것은 남북 간 심각한 소통장애가 온다는 의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서해 군 통신선은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 공동관리구역의 출입을 군사적으로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며 "남북간 소통의 통로가 차단되면 우발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소통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간 개성공단 출·입경에는 서해 군 통신선을 활용해 왔다. 남측 사업가와 북측 근로자가 일일이 유엔사와 북측의 승인을 받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단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서해 군 통신선으로 출입경 상황을 주고 받으면 남·북측 군은 이를 즉각 승인해 주는 방식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출·입경이 이뤄져왔다.

군 통신선이 불통되면 개성 현지에 설치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남북합동관리위)를 한번 더 거쳐 양측 군에 출·입경을 승인받아야 하는 불편이 생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이러한 조치는 개성공단 안정적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출입과 관련, 2008년 12월 개성공단과 금강산 양쪽의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군 통신선이 차단된 상태에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채널'까지 가동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출·입경이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