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관료에 반박 빌미 작용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치가 무산된 데 대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윤 장관은 "부산을 동북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 부산 공약 1호의 핵심사안인 해수부 청사 부산설치를 반대해 무산시켰고, 이번에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추진하려는 와중에 별개의 주장을 하면서 이를 물건너가게 했다는 것이다.

본지가 29일 입수한 해수부의 '주요업무 및 현안'(지난 26일 작성)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운보증기금의 신설을 중점 추진사안으로 하겠다"고 돼 있다.

해수부가 새누리당 정책조정위원회에 보고한 이 자료에는 "국적선사의 대출상환 등을 보증하여 불황기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근본적인 금융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우선 해운보증기금을 설립하고 기능의 확대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돼 있다.

해수부가 해운보증기금을 만든 뒤 기능을 확대하면서 선박금융공사로 가자는 방안을 주장한 것이다. 이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금융관료들로부터 반격을 받는 상황에서 해수부가 공사 설립에 대한 의지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해수부-부산시-지역 정치권'이 선박금융공사를 밀어붙이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점에서 윤 장관이 전선을 이탈했고, 금융관료들에게 반박의 빌미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박금융공사 무산은 금융위원회의 자체 판단이고 윤 장관은 금융위와 정보를 교환하면서 선박금융공사든 해운보증기금이든 설치를 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이다. 해수부가 엇박자를 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부산 출신인 윤 장관은 지난 2월 장관 내정 직후 일성으로 "해양수산부는 부산으로 이전하지 않는다"며 대선공약을 정면으로 뒤집는 등 박 대통령의 해양강국 의지와 대국민 약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윤 장관은 지난 4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수부와 선박금융공사 부산 설립을 비롯한 박 대통령의 부산지역 제1공약인 '동북아 해양수도 건설에 대한 비전'을 묻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그게 뭐냐"는 투로 피식 웃는 등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자질시비를 야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