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언론 보도 수위에 트집
- 행사무산 명분으로는 부족
- 통일부 "민족 가슴에 대못"

북한이 남측 언론의 '이석기-북한 연계설' '금강산 관광은 북한의 돈줄' '원칙 있는 대북정책' 등의 표현을 빌미삼아 이산가족 상봉행사(25~30일 예정)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명분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산가족 상봉단의 숙소 문제를 놓고 실무적 이견은 있었지만 이 때문에 행사 자체를 무산시킨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행동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北 "칼쥔 자와 악수할 수 있나"

북한은 지난 21일 발표한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에서 일방적인 상봉행사 연기의 속내를 일부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논평에서 "'대화 있는 대결'이 원칙이라면 북남관계의 초보적 발전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며 "보수패당이 북남관계를 적대관계로 삼고 모든 대화와 협상을 대결수단으로 악용하는 조건에서는 그 어떤 문제도 올바로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논평의 제목은 '손에 칼을 쥔 자들과 악수할 수 있는가'였다. 논평은 우리 측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의한 통일' 발언, 금강산 관광 '북 돈줄' 주장 등을 거론하며 "참을 수 없는 대결망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북한이 문제삼은 대목들은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나왔고, 북한은 이석기 의원 사건 발생 직후에도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다. 북한에게 '무언가 수틀리는 일'이 생겼거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2001년 제4차 이산가족 행사를 앞두고도 상봉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당시에는 9·11 테러사태 때문에 남한에 비상경계태세가 내려져 남북 왕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또 2006년 7월에도 우리 정부가 쌀·비료지원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상봉 중단을 선언했다.

■통일부 "반복돼서는 안될 일" 강공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연기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강공을 펼쳤다. 통일부는 대변인 성명(21일)에서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반인륜적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애써 만든 합의를 깬 것은 다시 대결상태로 몰아가는 행위" 등의 표현을 쓰며 북한을 맹비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전과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건 남북관계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의 일방적인 행사 연기는 그 어떤 설명과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이산가족들에게 더 큰 실망과 아픔을 주었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확정된 이산가족 상봉단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