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명 “대권 욕심에 당 역사 부정”
- 친명은 “DJ·文도 중도우파 지향”
- 與 “껍데기만 베껴… 입당하시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에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내 일각에서도 “보수 사칭” “보수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스스로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등 강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고, 앞으로 한국 사회의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MBC 100분토론에선 “국민의힘을 ‘보수’로 부르지만 지금은 거의 범죄 집단”이라며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의 역할도 우리 몫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표가 미군을 점령군이라 부르고 재벌해체를 주장했던 과거를 언급하며 “이제와서 오른쪽을 운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클릭은 프레임’이라는 이 대표의 항변에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모순이다. 자동차 핸들을 오른쪽으로 안 돌리겠다고 말하면서 우회전은 하겠다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수 여부는 축척된 언행을 바탕으로 국민이 평가할 일이지, 본인 스스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는 취지로 비판을 이어갔다. 최근 민주당의 반도체특별법, 상속세 인하, 연금개혁 추진도 애초에 국민의힘 정책이었다면서 “여당 정책을 껍데기만 베꼈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이 주 52시간 예외를 빼고 반도체법을 추진하는 것처럼, 정책의 알맹이는 보수 지향점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김기현(울산 남을) 의원은 개인 SNS에서 “‘답보하는 지지율에 어지간히 마음이 급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 대표에게 대한민국 유일의 중도보수정당 국민의힘에 입당하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정연욱(부산 수영) 의원도 “중도보수라 하니 입당하시라”고 했다.

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계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민주당 70년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라며 “대통령이 되고픈 욕심에 자신의 근본 뿌리마저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하루아침에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인영 의원은 “제자리를 지킨 것은 민주당, 그리고 당원이다. 원래 우리의 자리를 놔두고 다른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이 대표”라며 “민주당의 이 대표로 돌아오라. 파란색 옷을 입고 빨간색 가치를 얘기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는 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도 중도우파·보수를 지향했다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김 전 대통령은 우리 당이 중도 우파 정당이라고 했지만, 진보적 가치를 포기한다는 입장은 아니었다”며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합리적인 중도·보수 정책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문 전 대통령이 과거 “새누리당에 비해 진보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정체성으로 보면 보수정당”이라고 한 것을 언급하며 “중도보수는 민주당의 역사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