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자본시장의 공정성 확보”
- 내달 4일 개정안 본회의 상정
- 국힘 “기업 경영권 뺏길 우려”

자산 2조 원 이상의 대형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주주 의무 충실’을 담은 상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데 이어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법안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가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김정록 기자

법사위 법안소위는 이날 상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표결 처리했다.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집중투표제는 회사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 주식 1주 당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1주 1의결권의 예외 원칙이다. 가령, 이사 3명을 선임할 때 1주를 가진 주주에게도 3표를 던질 수 있게 해 소액주주의 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주주총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는 대상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것이 핵심으로,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법안심사1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과 관련해 소위 7차례, 공청회 2차례를 거처 충분히 논의했고 더는 늦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자본시장의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크게 반발했다. 미국과 관세 협상 등으로 대외 불안 요소가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자폭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사위 소속 장동혁 곽규택(부산 서동) 조배숙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대 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이 지난번에 통과된 상황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강화까지 더해지면 외국 자본에 우리 기업의 경영권이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지난 공청회에서도 보완 조치가 없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통 진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사위 간사인 장동혁 의원은 “국민의힘은 상법의 추가 개정이 필요하더라도 개정된 상법이 시행된 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며 신중히 논의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이 오늘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버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다음 달 4일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들도 함께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으로 저지선을 친다는 방침이나, 현실적으로 여당 입법을 막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뒤에는 표결을 통해 토론을 종결하고 법안 처리 표결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