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16일 부산 도심을 가득 메운 부마민주항쟁 시위대 행렬. 오른쪽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장갑차.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제공

2019년 10월 16일은 뜻깊습니다. 엄혹한 시대, 유신 독재에 맨몸으로 저항했던 부산·마산의 시민. 그저 평범했던 그들이 우리 민주화 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날. 부마민주항쟁이 40년 만에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겁니다.

부산과 마산이 따로 기념하던 부마민주항쟁을 하나로 합친 의미도 컸습니다. 그날 정부 주관으로 경남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40주년 기념식. 현직 대통령이 참석해 항쟁 피해자들에게 사과했습니다. 특히 “부마민주항쟁은 민주주의의 새벽을 연 위대한 항쟁이었다”고 높이 평가했죠.

부산 출신 조진웅 배우는 국제신문 기자로 항쟁의 대열에 섰던 고(故) 임수생 시인의 시 ‘거대한 불꽃 부마민주항쟁’을 낭송했습니다.

‘1979년 10월 16일 / 마침내 불꽃은 치솟았다 … 총칼이 번뜩이며 불을 토했다 / 장갑차가 시위대를 깔고 뭉갰다 … 깃발을 들고 물결치며 행진하던 꽃들은 / 짓밟히며 땅 위에 피를 쏟았다 … 우리들은 우리들의 투쟁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 민중의 절대한 힘을 하나하나 찾아내 /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 시구가 조진웅 배우의 묵직한 목소리로 40주년 기념식장에 울린 순간, 바로 그때 부산과 마산에 새로운 목표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1979년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 진압을 위해 총을 들고 부산 도심으로 진입하는 군인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제공

부마민주항쟁, 그날의 거대한 불꽃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 첫발을 뗍니다. 지역 25개 시민단체와 정당 등이 참여하는 ‘부마민주항쟁 헌법 전문 수록 범시민 추진위원회’가 10일 출범합니다. 추진위는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새기려 합니다. 1979년 10월 16일 그날, 부산·마산 ‘민중의 절대한 힘을 하나하나 찾아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려는 겁니다. 부마민주항쟁을 국가 기념일로 만든 그 힘으로.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는 1960년 4·19혁명에서 시작해 부마민주항쟁을 거쳐 1980년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10민주항쟁으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1987년 개정된 헌법 전문엔 3·1운동과 4·19혁명만 수록됐습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이 4개 민주화운동을 수록하는 헌법 전문 개정안을 냈지만, 당시 야당의 표결 불참 등으로 무산됐죠.

이에 추진위는 개헌 논의가 다시 불붙은 지금이야말로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헌법 전문에 남길 기회라고 판단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1호 국정 과제로 ‘개헌’을 꼽았죠. 추진위 측은 지난 5월 22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을 만나 부마민주항쟁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긍정적 대답을 들었다고도 밝혔습니다.

추진위는 부마민주항쟁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기 위해 활동할 때처럼 항쟁의 의미를 알리며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마침내 불꽃은 치솟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