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초청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정하고 있다. 2025.12.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군이 계엄 선포의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의혹과 관련 “(북한에)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자칫 소위 ‘종북몰이’나 정치적 이념대결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서 차마 말을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아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북한에 사과할 생각이 있나’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어떻게 제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이전에 국군이 먼저 대북 전단 살포 등으로 도발했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게시한 뒤 “곳곳에 숨겨진 내란 행위를 방치하면 언젠가 재발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올해 가졌던 두 차례 정상회담과 관련해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면서 “전략적 유연성과 자율성 측면에서 볼 때 우리로서는 매우 유용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잠수함 건조 장소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하는 게 어떠냐고 얘기했지만, 우리 관점에서 보면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군사 안보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핵잠 건조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는 “핵잠에 기폭장치나 핵폭탄이 내장된 것이 아니다”라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핵확산 금지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이 합의한 대원칙으로, 한국도 핵확산금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자체 핵무장은) 비상식적 행동이다. 미국이 승인할 리도 없고, 또 엄청난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북한처럼 될 텐데 이를 견딜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은 한국의 대화 노력을 전적으로 거부하고 있지만, (한국에 비해) 미국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 보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도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게 북한 판단”이라며 지금은 북미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측의 입장 때문에 북미 소통이 제약을 받아선 안 된다”며 “북미대화 여건 조성에 필요하다면 ‘한미 연합훈련도 충분히 (조정을) 고민할 수 있다’는 입장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중일 간 갈등에 대해서는 “한쪽 편을 든다면 갈등이 더 격해질 것”이라며 “중재나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른 시일 안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사도광산 같은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면서도 이 대통령은 “이 문제 때문에 다른 영역까지 다 포기할 필요는 없다. 경제교류나 안보협력, 민간교류나 문화협력 등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