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초고층 건물의 천국이다. 전국 125개 동(건축 예정 포함)의 50층 이상 건물 중 31%인 39개 동이 부산에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100층 이상 3곳이 건축을 앞두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천문학적 사업비에 높이도 400m가 넘는다. 초고층 건물에 대한 몇 가지 내용을 짚어본다.

■과연 안전한가

초고층 건물의 아킬레스건은 '안전'이다. 지난해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가 극명히 보여줬다. 초고층 건물이 부산의 랜드마크가 되려면 국민들을 먼저 안심시켜야 한다. 현재 소방 고가사다리차가 접근할 수 있는 최고 높이는 아파트 20층 내외이다. 소방방재청이 길이 70m의 초대형 복합사다리와 화재진압용 헬기를 도입한다지만 완벽한 진화 시스템이라고는 볼 수 없다. 특히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설계와 인·허가→준공→관리에 이르는 종합 방재 시스템이 절실하다. 현재 상용화된 다양한 안전장치와 공법이 유사시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또 하나 의문. 초고층 건물이 영화 '해운대'와 같은 대규모 해일 발생 때 견딜 수 있을까.

■초고층과 경기 곡선의 상관관계는

'초고층 건물의 저주'라는 속설이 있다. 초고층 건물이 완공되면 불황이 온다는 게 요지다. 경제학자 앤드루 로렌스가 1999년 '초고층 건물 지표(Skyscraper Index)'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실제 1930년 미국 뉴욕의 크라이슬러 본사(319m)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1m) 완공을 앞둔 시점에 대공황이 미국을 덮쳤다.

1970년대에는 세계무역센터(417m)와 시어스타워(442m)가 완공될 즈음 스태그플레이션이 강타했다. 199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타워(452m)가 준공하자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했다. 지난해 버즈 칼리파(828m)가 완공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는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했다. 물론 홍콩 국제상업센터나 상하이 세계금융센터처럼 예외도 있다. 과연 부산의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불황을 알리는 전조일까, 아니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인가.

■부산 경제에 득이 되려면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초고층 건물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재해 대비만 잘 갖춰진다면, 치솟는 토지 가격에 대한 방어수단으로도 유용하다. 다른 한편으로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와 교통 대책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초고층 건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지역 주민이나 시민사회와도 충분한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강정규·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