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유소, 판매 가격 눈치보기
- GS칼텍스 단계적 환원 방침
- "유류세 인하 등 대책 필요"

'기름값 ℓ당 100원 할인 조치' 종료를 하루 앞둔 5일 정유업계와 주유소는 물론 소비자 모두 '오리무중'에 빠졌다. 정유업계는 가격 환원에 대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유소는 정유업계와 인근 주유소 동향을 살피느라 바쁘다. 소비자들도 기름을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부산 동래구의 한 주유소는 100원 할인 종료와 상관없이 현재가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기름값 인상에 대한 정유업체의 별도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주유소 간 경쟁 때문에 정유업체가 가격을 올리더라도 그대로 따라 올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주유소 김모 대표는 "정유사가 단가를 올려도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 때문에 인근 주유소 인상폭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의 또 다른 주유소 관계자는 "지금은 정유사에서 공급가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최고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주유소업계는 최근 제기된 사재기 의혹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유사에서 넉넉하게 기름을 제공하지 않는 데다 사재기를 할 만한 규모의 저장 시설도 없다는 것이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이날 선언문을 내고 할인 기간 종료에 맞춰 판매를 거부하거나 물량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영소 부산지회장은 "이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유업계도 눈치 보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GS칼텍스가 가장 먼저 단계적 환원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인상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정유회사 관계자는 "GS칼텍스가 가격을 올려놓고 나중에 단계적으로 인상했다고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LPG 가격 담합과 주유소 나눠 먹기 담합 등으로 상호 불신이 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SK에너지가 LPG 가격 담합을 자진 신고해 과징금을 면제받았고, 이에 발끈한 GS칼텍스가 주유소 나눠 먹기 담합을 신고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시민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안모(44·부산 해운대구) 씨는 "가격이 오르기 전에 기름을 넣어야겠다"며 "하지만 요즘 기름값이 너무 올랐다"고 한탄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름값 할인으로 정유업계와 주유소가 생색을 냈지만 정작 할인된 기름값은 ℓ당 30원 안팎이라는 조사가 있었다"며 "기름값이 안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