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ℓ당 100원 할인 조치가 끝난 7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하고 있다. 강덕철 기자 kangdc@kookje.co.kr

- 정유사, 100원 할인 종료 전 미리 가격 올렸을 가능성
- 주유소 비축유 증가도 원인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데도 국내 기름값은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는 변동 1~2주 이후 국내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6월 중순께 국내 유가가 하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유업계가 7일 ℓ당 100원 할인 조치 종료에 앞서 가격을 올렸을 가능성과 함께 주유소의 비축유 증가로 공급가가 오른 것 등을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7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다섯째 주 보통휘발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ℓ당 3.32원 오른 1921.74원으로 3주 연속 상승했다. 경유도 ℓ당 5.13원 오른 1746.38원을 기록해 역시 3주 연속 올랐다.

반면 국내 휘발유 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국제 휘발유 가격은 6월 한 달간 3.4% 하락했다. 주간별로 보면 배럴당 가격이 ▷첫째 주 118.82달러 ▷둘째 주 120.54달러 ▷셋째 주 119.56달러 ▷넷째 주 116.30달러 ▷다섯째 주 114.74달러로 3주째 하락했다. 국제 경유 가격 역시 6월 둘째 주 배럴당 129.37달러에서 다섯째 주 120.89달러로 3주 연속 가격이 내렸다.

국제 유가 변동이 1~2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6월 넷째 주 또는 다섯째 주부터는 국내 기름값이 떨어져야 하는데 도리어 반대의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6월 중 원·달러 환율도 시가 기준으로 전월보다 0.3% 하락해 국내 기름값 상승 요인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의 유류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체들이 가격 환원에 앞서 공급가를 미리 반영해 올렸다는 말이 주유소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경제진흥원 이상엽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특별한 가격 상승 요인이 없음에도 기름값이 오른 것은 주유소들이 7일부터 ℓ당 100원씩 오를 것에 대비해 비축유를 늘리면서 유가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상임의장은 "국제 유가 하락에도 국내 유가가 내리지 않은 것은 결국 정유업계가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유업계와 주유소는 가격이 내릴 때는 뒤늦게 반영하고, 오를 때는 서둘러 반영하는 행태를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공급가가 언제 오른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단계적으로 인상을 한다고 했으니 가격이 천천히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국제 유가 하락에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다가 100원 할인 조치 종료와 국제 유가 상승 조짐에 따라 기름값 부담만 커지게 될 전망이다. 이달 들어 국제 휘발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20.96달러로 한 주 만에 5.4% 올랐고, 경유는 배럴당 123.79달러로 전주에 비해 2.4% 상승했다.

한편 100원 할인 조치가 끝난 7일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오후 3시 기준)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날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1920.03원으로 전날 대비 1.83원 하락했으며 ▷부산 1925.85원(-2.95원) ▷울산 1920.86원(-1.78원) ▷경남 1905.20원(-2.68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은 전국 평균가가 1744.06원(-2.13원)이며 ▷부산 1753.20원(-3.33원) ▷울산 1745.01원(-1.70원) ▷경남 1732.02원(-2.36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