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 2배 수준 물가상승률 영향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은행에 돈을 넣으면 앉아서 돈을 까먹는 셈이다.

14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은행의 순수저축성예금 수신금리는 연 3.75%였지만, 여기에서 이자소득세(15.4%)와 같은 기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예금 수신금리는 -1.6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6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분기 기준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는 지난해 1분기 0.35%에서 같은 해 2분기 -0.13%로 돌아선 이후 1년6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최장 기간 마이너스 금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은행 예금금리가 2∼3%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를 넘었기 때문이다. 올들어 은행의 순수저축성예금 수신금리는 소폭 올랐지만 계속 3% 중반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4.5%, 4.2%, 4.8% 등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까지 5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한 만큼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워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은행으로 돈은 계속 몰리고 있다. 10월 중 5개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80조5035억 원으로 9월보다 6조6044억 원(1.8%)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10월의 9조697억 원 이후 1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