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남해해경청 등이 부산 앞바다에서 해양 인명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출항한 선박이 잦은 사고를 당하는 현실을 고려해 풍랑주의보를 세분화하고 승선원의 안전조끼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질 때는 위험도는 높아지지만 다른 선박들이 철수해 어획 경쟁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어획량도 많아 위험을 무릅쓰고 조업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어선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동방 15마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부산 건아수산 소속 139t 트롤어선 739건아호가 침몰(본지 지난 27일자 8면 보도)하면서 이 같은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동해어업관리단은 지난 5년간 해난사고 발생 건수를 조사한 결과 매년 평균 480건에 이르고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28일 밝혔다. 사고 원인은 선체불량이 286.6건으로 가장 높았고, 운항과실이 186.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기상악화는 해마다 5~11건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20일 기준 해난 발생 건수는 509건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원인은 선체불량이 289건, 운항과실 208건, 기상악화 12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해난사고가 잇따르자 수산 전문가들은 풍랑주의보 범위를 더욱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풍랑주의보를 '상·중·하'로 나눠 상의 경우에는 출항을 금지하고, 중은 상황에 따라 조업을 허가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고시 어선안전조업규정 제9조 2항에는 기상특보 발효 때 관할 해양경찰서장이 조업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조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15t 이상 30t 미만 어선에 대해서는 출항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전조끼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번 건아호 침몰 때 제대로 안전조끼를 착용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드러나 안전조끼를 착용했더라면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안전조끼를 착용하면 실종 가능성도 낮아지고, 설자 실종됐더라도 관련 기관의 수색이 용이해지는 장점이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수협과 선사 측은 "안전조끼를 입으면 안전하겠지만 작업 시 불편이 따라 고민이 많다"며 "정부에서 기능이 향상된 안전조끼를 보급하면 항상 착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