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물·산업 다각화" 한목소리
- 북극항로 개설 준비 당부도

부산항 위기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산항은 현재의 컨테이너 화물 물동량 유치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해양대 김길수 해사수송학부 교수는 27일 "부산항은 컨테이너가 아닌 다른 재래화물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 화물을 다른 항만으로 보내버렸다"며 "그런데 컨테이너만 다뤄서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부산항은 다른 화물도 취급하는 종합항만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항이 주력하고 있는 환적화물과 관련해서도 김 교수는 "부산항 하역료가 중국의 절반 수준이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면서 "다른 화물을 취급하면서 많은 선박이 기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발전연구원 허윤수 연구위원은 "국내 수출입 화물 가운데 컨테이너 물동량이 둔화돼 앞으로 감소할 수 있다. 상하이항에서도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 연안항의 환적화물을 자체 흡수한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해양경제 산업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는 해양플랜트 모듈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제여객부두도 크루즈 모항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산항이 살아남으려면 물동량 유치와 같은 양적 경쟁을 뛰어넘어 선용품, 수리조선, 유류중계기지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질적 경쟁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가 민간투자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항 유류중계기지 건설사업은 특수목적법인(SPC)인 부산마린앤오일(주)이 최종 착공 기한(29일)을 이틀 앞둔 27일 현재 자금 조달 문제로 착공하지 못해 사실상 무산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극항로 개설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동아대 최형림 항만물류시스템학과 교수는 "북극항로가 개설되면 부산항은 북극항로 출발지에 해당해 싱가포르항처럼 세계적인 해상물류 허브항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극항로는 컨테이너가 아니라 벌크 화물을 수송하는 데 유리하다. 북극항로 개설에 앞서 부산항이 벌크화물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가해양정책연구회 김정희 운영위원은 "수출입 물품은 다양해지는데 전국의 각 항만이 가까운 곳에서 처리하는 추세에 있다. 부산항 배후부지를 활용하고 제대로 된 수출입자유지대를 조성해 항만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항 위기론에 대해 신중론도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하태영 항만수요예측센터장은 "항만마다 동일한 품목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어서 부산항과 경쟁항만과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위기론의 실체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