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오룡호' 침몰 당일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세월호 참사 때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부처별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여전했다.

2일 각 부처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국가안전처는 오룡호의 조난신호를 수신하자 러시아 구조센터에 구조를 요청했고 이 상황을 외교부 해양수산부에 전파했다. 외교부도 별도의 대책반을 구성해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등을 통해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수색과 구조작업을 요청했다.

해수부는 사고 발생 4시간 뒤인 오후 6시20분께 '원양어선 조난발생 상황보고'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안전처가 각 부처에 전달한 것이다. 당시 안전처 관계자는 "왜 해수부가 이 보고서를 배포하느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앞서 해수부는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20분께 해양정책실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한국원양산업협회와 사조산업에 대책본부 구성을 지시했다. 해수부도 사고대책본부를 만들었다. 사조산업은 부산본부에 대책본부를 꾸려 이날 밤 언론브리핑을 했다. 하지만 사조산업이 부산에서 브리핑하던 때 외교부는 이날 밤 10시께 재외동포영사국장 주재로 외교부, 국민안전처,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해수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합동대책회의'를 열었다. 이후부터 정부 업무는 외교부로 일원화됐다. 사고 발생 8~9시간 만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사고였지만, 국무총리는 보이지 않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사고 다음 날인 2일이 돼서야 "외교부와 해수부 등 관계부처는 (외교부) 재외국민보호대책반과 재외공관 등을 통해 러시아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연세대 조원철(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안전처나 해수부는 국가 간 문제라는 점을 감안해 외교부를 통해야 했다. 러시아나 미국 입장에선 세 기관이 제각각 요청하면 이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아직도 정부 대응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