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사면초가'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롯데그룹의 전근대적 지배구조가 공개되면서 '황제 경영' '손가락 경영' 비판이 높아지자 정부와 새누리당이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야당도 재벌개혁을 위한 여론몰이에 돌입했다.

당정은 6일 김정훈 정책위의장 주재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어 롯데그룹을 중심으로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협의한다. 김 정책위의장은 5일 "롯데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계획을 보고 받고, 법적·제도적 개선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당정 회의에서는 416개에 달하는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지만, 롯데와 같은 기존 순환출자는 허용하고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기업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얼마나 해소했는지 파악해 보고, 필요하다면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도록 법을 재개정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데 대한 견제 장치도 논의된다. 롯데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0.05%, 신 총괄회장의 자녀 등 친인척 지분을 모두 합쳐도 2.41%에 불과하다.

김 정책위의장은 "대기업 오너가 미미한 지분과 순환출자로 기업을 개인 회사처럼 좌지우지하는 것은 경제 정의에 부합하지 않다"며 "이번 롯데사태도 이런 관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도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본격화했다. '롯데 사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여권의 '노동 개혁'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꺼낸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벌 지배구조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법안도 없이 사라졌다"며 "재벌개혁 없는 노동개혁은 노동자들에게 고통만 주는 반(反)개혁"이라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재벌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 시즌2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때 '삼성 저격수'로 불리던 박영선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지분이 0.05%인데 이런 손가락 경영으로 자산규모 93조 원의 재벌그룹을 경영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