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한 지 '오래된' 고위직
- 주요 기관장 앉혀 법망 피해
- "요직 중 한 자리는 우리 것"
- 상임감사·본부장 등 꿰차
- 연구기관에도 비전문가
-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 원장·경영본부장 등 일색
- 기술직은 '끼리끼리 문화'
정부 부처에서 공직자윤리법을 피해서라도 자기 부처 출신자들을 산하기관에 재취직시키려는 데에는 산하기관을 장악하고 견제하려는 의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산하기관이 공직자들의 퇴직 후 재취업용 안전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한 번 자리를 놓치게 되면 다음 자리도 민간인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일부 부처는 중·하위직의 비고시 출신을 산하기관으로 내려보내 내부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있다.
■부처출신으로 산하기관 장악
31일 경제계에 따르면 개정 공직자윤리법 시행(2014년 12월 30일) 이후 두드러진 변화는 고위공무원들의 주요 산하기관에 재취직하는 사례가 예전보다 노골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본지가 파악한 해양수산부 고위공무원 출신들은 주로 각 기관의 비상근 자문위원으로 취직하고 있었다.
또 각 부처는 퇴직한 지 오래돼 개정법이 적용되지 않는 인사들을 주요 기관장에 부처 출신을 앉혀 법망을 교묘하게 피했다. 국토교통부 산하의 홍순만 한국철도공사 사장(지난 5월 취임)은 국토해양부 철도국장을 지냈지만, 2010년 9월에 퇴임했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과 인천시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국토부가 홍 사장을 원한 것은 코레일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짙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규모가 크고 부처로부터 예산을 거의 받지 않는 공기업의 장이 해당 부처의 지시나 정책방향과 다르게 움직이면 정책을 집행하기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게 각 부처 공무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부이사관 이하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법망을 피해 각 기관의 상임감사, 본부장 등의 직책으로 대거 취직했다.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산하기관 가운데 요직 중 한 자리는 우리 것"이라는 인식이 높다.
본지 취재 결과 해수부의 중·하위직 퇴직자들은 대부분 비고시 출신이었다. 7급이나 9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이들은 본부의 과장이나 국장을 하지 못한 채 한직을 전전하다 부처 내부의 인사라인으로부터 퇴직 요청을 받으면 산하기관 간부로 재취직하고 있었다. 한 부처에 고시 출신들만 주요 보직을 받고 비고시 출신들은 그렇지 못하게 되면 하위직 공무원들이 승진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다. 조직이 활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민간 영역이 관료화되는 현상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산하단체, 협회의 설립 목적은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 출신들이 단체를 장악하고 공무원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하게 되면 업계 전체의 창의성은 사라지고 경직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과 같은 특수 업종을 관할하는 부처의 경우 업무가 매우 세분화돼 있어 퇴직 후 재취업자가 업무 관련성이나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해양과학연구기관에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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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모습. 국제신문DB |
전문성이 요구되는 해양과학연구기관에도 비전문가인 해수부 출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하고 기획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은 원장, 경영본부장, 자문위원이 모두 해수부 출신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상임감사(심동현·여수해양수산청장 출신), 부설 극지연구소 자문위원(유정석·전 해수부 차관)과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도 2014년 4월부터 해양개발과 사무관 출신이 일하고 있다.
부산으로 이전한 국립해양조사원 산하에는 2004년 한국해양조사협회(서울 금천구 소재)가 만들어졌으며, 지난해 이 협회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 협회 이사장은 국립해양조사원 측량과장 출신이다.
국립해양조사원 공무원들은 주로 소수직렬인 기술직(수로직)인데 수로직 출신 공무원이 산하 공공기관 이사장으로 재직하게 되면 한국 특유의 '끼리끼리 문화' 등으로 정부 조직과 공기업, 민간단체 간 견제와 감시 기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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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