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이 제한 피해 외국선사 요구
- BPA, 해양수산연수원과 실험
- 해수청 "결과 좋으면 고시 변경"
올해 안에는 10만t이 넘는 초대형 크루즈선 승객들이 부산 북항의 랜드마크인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밟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대교 통과 높이를 정한 고시 개정이 올해 안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343억을 들여 지난해 8월 개장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는 17만t급인 초대형 크루즈 접안이 가능하지만 부산항대교의 통항 높이 제한 때문에 그동안 크루즈 승객들은 컨테이너 전용인 감만부두에 내려야만 했다.
17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로얄캐러비안크루즈사가 최근 자사 크루즈인 퀸텀호가 부산항대교를 안전하게 통과하고 국제여객터미널에 접안할 수 있다는 통항 안전성 시뮬레이션을 BPA에 요청했다.
BPA는 이에 따라 통항 안전성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협조를 요청하고 지난 9일 첫 실무자 모임을 가졌다. 시뮬레이션을 위해선 퀀텀호와 같은 모델선박을 제작하고, 부산항의 전경을 실제로 재현할 수 있는 시각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필요하다. 모델선은 국내 제작이 불가능해 러시아 전문회사에 의뢰하고, 시각DB는 국내 업체와 함께 제작할 계획이다.
해양수산연수원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은 조건에 맞는 모델선과 시각DB를 구축해 온라인상에서 바람의 세기나 방향 등 여러 변수를 다양하게 줘 모델선이 부산항대교를 통과한 후 1200m쯤 떨어진 국제여객터미널에 무사히 접안하고, 이후 180도를 돌려 이안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시뮬레이션은 수십 차례 반복되며 BPA, 부산해양수산청, 부산항도선사회 등 유관 기관과 시뮬레이션을 요청한 로얄캐러비안크루스 측이 참여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
BPA 관계자는 "모델선 및 시각DB 제작에 이어 시뮬레이션 작업까지 하려면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며 "이를 토대로 관계기관 설명회를 갖고 부산해수청의 부산항대교 통항 높이 상향 고시 변경까지 마치려면 해를 넘겨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대형 크루즈의 국제여객터미널 접안 문제는 올 상반기부터 BPA와 부산해수청, 양 기관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부산항대교의 통항 높이가 60m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퀀텀호, 어베이션호(이상 62.5m), 마리너호(63.45m) 등 초대형선이 부산항대교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고시 변경을 통해 통과 제한을 4~5m 정도 높여야 한다.
BPA는 '부산항대교 통항 높이 실시간 계측 서비스 연구 용역' 등을 통해 부산항대교의 높이가 최저 66m에서 최고 67.5m로 나왔다며 부산해수청에 고시 상향 조정을 요청했지만 부산해수청은 '선박 안전'을 우선시하며 객관적인 자료를 더 요청하며 보수적으로 대응했다.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이번 시뮬레이션과 현재 국립해양조사원이 계측하고 있는 부산항대교의 실측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온다면 부산항대교 통항 높이 고시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BPA 관계자는 "부산의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하루빨리 초대형 크루즈선이 국제여객터미널에 접안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흥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