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 승계·노사문제 둘러싸고
- 법·윤리 준수하지 못했다 시인
- 준법감시위 활동 유지 약속도
- 뇌물공여 혐의 파기환송심에다
- 합병관련 檢 수사 부담 느낀 듯
- 특정 사안 구체적인 사과 아닌
- 포괄적 입장 표명 수준 지적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의혹 등과 관련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준법경영 의지를 다짐한 것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서 삼성의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입장 발표를 하며 세 번이나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노사문제 등에 대해 ‘잘못’을 시인함으로써 삼성이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 ‘뉴 삼성’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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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부회장이 이날 삼성전자 서울 서초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배경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뇌물 공여 사건과 관련이 깊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사건은 원심에서 일부 무죄를 받았다가 대법원이 지난해 8월 이를 파기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 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특별검사는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재판부 교체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재판부 권고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11일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및 무노조 경영 등에 사과하라고 권고했으며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약 2개월 만에 입장을 내놨다. 입장 발표가 늦어진 것은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컸다.
이 부회장이 이날 ‘사과문 발표’ 대신 ‘입장 발표’ 형식을 취한 것은 ‘사과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현재 재판에서 다투고 있는 부분을 인정하는 꼴이 돼 삼성그룹 법무팀에서 수위를 조절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의 입장 발표문의 앞 부분이 특정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가 아니라 ‘전체적인 부분에 대한 포괄적 입장 표명’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는 발표문 초입부에서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리기도 했다”면서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의 잘못이다. 사과 드린다”고 한 부분도 ‘법적 시인’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부회장은 또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도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의 소환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피고인은 아니지만 삼성그룹은 노조 와해 혐의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재판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노동3권 보장과 노사 상생을 강조하며 ‘무노조 경영’ 포기를 선언한 것도 주목된다. 현재 삼성그룹 내 일부 계열사에서는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조 결성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이라는 낡은 방식을 더 이상 고집할 수 없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이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준법감시체제 유지를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그는 “나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다. 그 활동이 중단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월 출범한 준법감시위가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을 낮추려는 의도 때문에 설치됐다는 삼성 안팎의 비판을 불식하려는 의도도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부터 ‘입장 발표’까지 |
일자 |
내용 |
2017년 2월 17일 |
이재용 부회장 최순실 관련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 |
2017년 8월 25일 |
서울중앙지법,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 선고 |
2018년 2월 5일 |
서울고법,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선고 |
2019년 8월 29일 |
대법원 전원합의체, 원심 파기 |
2019년 10월 25일 |
파기환송심 재판부, 이 부회장에게 준법감시제도 마련 주문 |
2020년 1월 9일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약속 |
2020년 3월 11일 |
삼성 준법감시위,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등 사과 권고 |
2020년 5월 6일 |
이 부회장,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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