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대측 “회복된 증시 다시 추락
- 기관·외국인만 거래… 공정 못해”
- 찬성측 “적정 주가 발견·유지
- 글로벌 금융 경쟁력 강화 도움”
국내 증시에 공매도를 금지한 시한이 한 달 앞(다음 달 15일)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매도 제도 재개를 놓고 찬반 논의가 뜨겁다. 많은 개인투자자는 코로나 폭락장에서 겨우 회복된 증시가 공매도로 다시 추락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폐지를 주장한다. 하지만 공매도의 순기능과 세계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따른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 |  |
| 지난 13일 한국거래소 주최로 서울 은행회관에서 ‘공매도의 시장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고은아 크레딧스위스증권 상무,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김상봉 한성대 교수, 안희준 한국증권학회 학회장, 빈기범 명지대 교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거래소 제공 |
양측의 주장은 저마다 논리를 갖고 있지만, 국내 증시의 공매도 제도가 개인투자자에 불리하게 짜였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현재 공매도는 신용 문제로 사실상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만 가능하고, 대량의 공매도 매물로 주가가 급락하는 때에도 개인은 딱히 손을 쓸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당국의 고민도 폐지나 재개가 아닌 제도 손질로 향하는 모습이다. 공매도 논의는 정치권으로 옮겨가 관련 입법 발의로도 이어지고 있다.
■반대: “맹수와 초식동물의 대결”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입장은 강고하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가격 하락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자금력을 갖춘 기관과 외국인만 가능한 탓에 증시 왜곡으로 인한 피해는 개인이 떠안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다. 공매도의 본연적 기능을 부인하진 않지만, 우리 증시의 환경적 고유성을 외면하는 측면이 있고 공정하지 못한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진행하는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은 “공매도 논의에서 미국이나 영국처럼 자본시장의 역사가 길고 성숙한 시장과 비교하는 것을 본다. 효율성이 뛰어난 시장과 비교하고, 이론적 공매도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니 우리 논의 자체가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우리나라 공매도의 95%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이다. 이머징마켓(한국 포함 신흥성장국) 중 이렇게 개방된 시장도 없다. 공매도 시장 접근성에 대한 공정함이 먼저 가장 중요한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역시 “주요 국가가 지난 10년 동안 주가가 2~5배 오를 동안 우리는 제자리걸음 하다 이제 겨우 상승했다. 13년째 박스피에 갇혀 있는 동안 누가 벌고 잃었나를 보라. 공매도는 항구적으로 외국인과 기관을 위해 존재한다”며 “평등권이 위반된 시장이다. 맹수와 초식동물의 대결을 보는 듯 하다. 다수 국민에게 일방적 피해 주는 제도를 존치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증시가 모처럼 되살아나고,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주식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전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금지 기간 연장과 제도 손질로 기우는 분위기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코로나가 종식된 것은 아니니 그 부분을 감안해 (재개 여부를)결정하겠다”며 금지 연장을 시사한 바 있다.
■찬성: “시장의 투명성 높여”
반면 공매도를 찬성하는 쪽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한다. 공매도의 순기능은 ▷가격 발견 ▷유동성 공급 ▷다양한 투자전략 등으로 요약된다. 오르는 주식의 가격에는 거품이 낄 수 있고, 가격에 대한 낙관·비관적 시각은 공존하기 마련인데 공매도가 비관적 의견을 반영하면서 적정주가를 발견하고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유동성 공급 효과도 있다. 공매도가 없으면 매도자는 주식 보유자로 한정되지만, 공매도가 이뤄지면 상환거래가 뒤따르고 피드백 현상으로 유동성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공매도는 다양한 투자전략의 하나로도 활용된다. 하락장에서 헤지 수단으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고, 공매도를 활용한 롱숏 전략(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쓰며 시장에 대응)을 다채롭게 구사할 수 있다. 때문에 헤지수단으로 공매도를 해온 해외 투자회사가 공매도 금지 이후 국내 시장을 꺼려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고은아 크레딧스위스증권 상무는 지난 13일 한국거래소가 주최한 공매도 토론회에서 “지난 3월 16일부터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일부 외국계 투자회사는 투자 제한이 덜한 다른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장기화하면 그런 경향은 더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상무는 “더 걱정되는 부분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산출 기관의 평가다. 터키의 경우 국내 문제로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MSCI의 마켓 강등 경고에 곧바로 해제 조치했다. 지수나 마켓 구성에 변동이 생기고, 그것이 자금의 유출로 이어지면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 공매도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가격이 떨어지면 같은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방식이다. 주가의 하락이 예상되면 공매도를 통해 차익을 벌 수 있다. 현재 주가가 5만 원인 주식을 100주 빌려 매도를 한 뒤 4만 원에 다시 되사서 주식을 갚으면 100만 원의 이익을 얻는다. 반대로, 공매도를 했는데 주가가 상승한다면 손실을 입는다. 주가가 급등한 미국의 테슬라의 경우, 올해 상반기 공매도 투자자의 손해액은 21조 원으로 추정된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