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PA, 2018년 중국 회사와 개발 추진
- 정부에 北 접촉신고 안해 뒤늦게 논란
- 지난달 협력의향서 미체결로 중단 불구
- 남북관계 개선 땐 재추진 가능성 남아
부산항만공사(BPA)가 중국의 해운물류회사와 함께 북한 나진항 개발을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는 중단됐지만,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재추진 여지가 남아있어 부산발 남북 항만 교류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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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만공사가 중국 해운물류회사와 개발을 추진한 북한 나진항의 모습.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제공 |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확보한 ‘나진항 개발 및 운영을 위한 협력 의향서’에 따르면 BPA는 중국 회사인 훈춘금성 해운물류 유한공사와 함께 북한 나진항 개발을 추진했다. 훈춘금성은 2018년 10월 30일 북한 나진항의 49년 임대권을 얻은 회사다. 훈춘금성이 임대받은 나진항에 BPA가 개발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나진항 개발 논의는 북측의 제안에 따라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BPA의 ‘남북 경제협력 시대 대비 항만물류분야 상생발전 방안’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18년 2월 1일 북측에서 대리인을 통해 조선 항만개발 지원가능 여부를 타진했다고 한다. 대상 항만으로 남포, 원산, 나진항이 고려되고 있었다. 이후 BPA 측 대리인으로 민주평통 상임위원인 유완영 박사가 베이징을 여러 차례 방문해 의견을 조율했다. BPA는 이런 내용을 국정원·통일부 실무진에게 전달하고 조심스럽게 관리해왔다고 내부 문건에 적었다.
BPA도 2018년 남북 관계 개선이 뚜렷하고 정부의 대북 사업 협력 의지가 커지자 나진항에 관심을 가졌다. 이는 나진항이 중국 동북 2성(흑룡강성·길림성)의 수출 물량을 처리하는 통로로, 동북 2성의 수출 물량이 미국 등으로 가려면 부산항에서 환적해야 한다는 지리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이미 중국은 나진항을 활용하기 위해 훈춘에서 나진까지 고속도로를 닦았으며, 일부 활용되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보다 통제가 가능한 북한의 나진항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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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만공사 전경. 국제신문DB |
하지만 BPA와 훈춘금성의 협력 의향서 체결은 훈춘금성의 거부로 지난달 최종 결렬됐다. 협력 의향서 2조 3항의 ‘대한민국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등 국제규범 등을 준수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은 후 시행하기로 한다’는 항목과 제5조 ‘본 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는 항목 때문이다.
BPA관계자는 “해당 문구 때문에 훈춘금성 측에서 유선상으로 협력의향서 체결을 거부했다”며 “이후 나진항 개발과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협력의향서 체결이 불발되자 훈춘금성 측은 중국 내부 또는 다른 나라에서 투자자를 찾으려고 했지만 유엔 대북제재가 진행되고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진항 개발 추진은 중단됐지만 그 의미는 작지 않다. 남북 항만 교류의 가능성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그간 부산시도 2018년부터 BPA와 공동으로 나진항 개발을 추진해온 만큼 이번을 계기로 남북 항만 교류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BPA는 현재로서는 훈춘금성과의 협력이 중단된 상태지만 앞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고 남북이 협력하는 등 투자환경이 조성되면 훈춘금성 측과 투자를 재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PA 관계자는 “그동안 훈춘금성 측과는 단순한 정보 교환 수준만 협의했지 북한 사람과 구체적인 투자를 논의한 적은 없다”며 “유엔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국가 차원의 대북 협력사업이 진행될 때는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대한민국 국법을 준수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PA가 나진항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접촉한 사실을 정부에 정식 신고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인다.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북한 주민과 접촉할 때 사전에 신고해야 하며 부득이 신고하지 못하고 접촉했을 땐 사후 신고해야 한다. 이에 BPA 관계자는 “북한 사람을 만난 게 아니라 조선족 중국인을 통해 논의를 진행했던 것이어서 정식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정환 김해정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