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외화증권 보관액 79조 원
- 전년보다 30조9946억 원 늘어
- 영어 능숙, 유튜브서 정보 수집
- 고성장 ·고배당주 영리한 선택
- 장기 가치투자도 제대로 실천
- 시차·환율 탓 매매 대응 한계도
직장인 정모(32) 씨는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게임스톱’ 사태로 돈을 벌었다. 미국 유학생활을 했던 그는 종종 들르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게임스톱의 존재를 알게 됐고,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소액을 투자했다. 개미 군단과 헤지펀드가 맞붙은 이른바 ‘공매도 대전’ 발생 직전이었다. 이틀 만에 100% 이상의 수익을 냈다는 정 씨는 “이슈에 올라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며 “미국 주식은 가격제한폭이 없어 큰 수익률을 냈지만 그만큼 다양한 기법이 존재하는 시장이라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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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주식이 최근 주춤하면서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서학개미’는 더욱 늘고 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AP연합뉴스 |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투자규모의 증가는 물론 정보 수집을 통한 영리한 종목 선택과 대응도 돋보인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해외주식 투자는 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기존 세대보다 영어가 익숙한 점,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을 통한 빠른 정보수집, 공격적인 투자태도 등이 꼽힌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액은 한화로 79조5000억 원 규모. 전년(48조5054억 원)보다 무려 30조9946억 원이 늘었다.
직장인 박모(35) 씨도 지난해 미국주식을 시작한 서학개미다. ‘테슬라’로 큰 수익을 얻은 후 그는 미국주식 비중을 70%까지 늘렸다. 매일 밤 11시30분에 열리는 정규시장을 확인한 후 잠자리에 들고, 밤을 새는 일도 잦다. 정보 습득은 주로 유튜브를 통하고, 금융앱을 참고해 환율과 호가를 체크한다. 수수료율 인하, 환율 우대를 위해 계좌도 저렴한 곳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 박 씨는 “처음엔 달러로 가격을 보고 15분 지연 호가에 맞춰 주문하는 것이 힘들었다. 익숙해지니 국내 주식보다 상승폭도 크고 기업 성장 전망도 좋아 만족한다”며 “근무에 지장을 준다고 할까 봐 직장엔 비밀로 한다. 피곤한 것도 사실이지만, 당분간 미국을 비롯한 해외투자를 확대·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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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영 씨가 HTS 창을 통해 시장 흐름을 확인하고 있다. 김민영 씨 제공 |
해외주식을 적극 ‘개척’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은 ‘사 놓고 묻어두는’ 장기투자를 선택한다. 시차, 환율, 정보 획득 측면에서 재빠른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민영(29) 씨는 국내주식을 하다 위험 분산을 위해 미국 주식으로 영역을 넓힌 케이스다. 김 씨는 포트폴리오의 40%를 미국의 ETF와 대형주에 할당했고, 월 2~3회 가량 매매를 한다. 밤새 열리는 시장은 참여가 어렵고, 국내 HTS·MTS는 호가가 늦게 떠 정확한 매매타이밍을 잡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단타가 아닌 장기투자·가치투자 개념으로 접근한다. 오름 추세가 있고, 배당을 늘려온 기업 위주로 종목을 선택해 매수·매도는 자기 전에 예약을 해둔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투자여서인지 미국주식 수익률이 국내보다 더 좋다. 보통 10%대를 유지하고, 많을 땐 20%까지도 올라간다. 유튜브, 뉴스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번역기 등을 동원한다. 불편함은 있지만 사들인 종목이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해 있어 큰 부담은 없다”고 덧붙였다.
서학개미들의 해외 진출이 계속되자 증권사들은 수수료율 인하, 환율 우대, 시장 전 거래(프리장) 오픈 시간 확대 등의 혜택을 늘리고 있다. 해외 주식 실시간 시세 제공 서비스 무료화에도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이 참여했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