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사고 직후 장애 원인 구분 못해
- 위기관리 능력·늑장 대응 도마 위

지난 25일 발생한 KT의 네트워크 장애는 KT 직원들이 야간 작업으로 승인받은 것을 주간에 진행하면서 입력어를 잘못 넣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KT의 보안 역량과 대응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부산에서 기업망 라우터 교체 작업을 하던 중 작업자가 잘못된 설정 명령을 입력했고, 이후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로 인해 전국적인 인터넷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했다. 프로토콜 명령어를 마무리할 때 명령어 ‘exit’를 누락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한 개 라우터의 잘못된 라우팅 경로 업데이트가 전국의 라우터에 연쇄적으로 일어나서 장애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장애가 발생한 약 89분 동안 부산 DNS(도메인 네임 시스템)는 평상시 대비 3.7배 이상, 중앙 1차 DNS(서울 혜화)는 평소보다 22배 증가했다.

KT의 위기관리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KT는 25일 오전 11시20분 장애를 최초로 인지했다. 사고 발생 이후 4분 후다. 당시 KT는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을 장애 원인으로 추정하고, 11시40분 과기정통부에 사이버 공격을 신고했다. 그로부터 4분이 더 지난 11시44분 라우팅 오류가 실제 장애원인이라고 과기정통부에 다시 알렸다. 24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낸 셈이다. KT 새노조는 “디도스 대응 상품을 판매하는 KT가 인터넷 장애 원인이 디도스 때문인지 여부도 구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KT가 이날 오전 중에 라우팅 오류를 과기정통부에 알리고도 낮 12시2분 1차 공지를 통해 ‘대규모 디도스 공격’이 있었다고 하는 등 대응에서도 우왕좌왕했던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내부 소통의 문제였을 수도 있지만 이날 오전 디도스 공격이 원인이라고 공지한 지 2시간 여 만에 장애 오류를 정정해 발표하는 등 늑장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홍진배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조사 과정에서 KT가 초기 정확한 분석을 하지 않고 트래픽 급증에만 집중하다가 오판을 했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