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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화 나아갈 길 <5> 마르세유 영화제작사의 생존

해외 공동제작으로 지역영화 돌파구…파리 제작사와 차별화

  •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   입력 : 2021-11-21 20:03:5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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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전형적 수도권 중심 국가
- 제2 도시 마르세유 지중해 관문
- 다양한 문화 공존 … 부산 닮은꼴

- 지역 네옹프로덕션의 데데 대표
- 외지 업체들 로케이션 지원 등
- 지리적 이점 살린 영리사업 벌여
- 그 수익으로 독립영화도 만들어

- 국제영화제서도 협력 프로젝트
- 비수도권 제작사 한계 딛고 성장

외국에서도 비수도권 영화 제작사가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을까. 국제신문은 ‘영화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이 참고할 만한 해외 도시를 찾아 두 차례 소개한다.
   
영화 ‘트랜짓’ 제작 모습. 네옹 프로덕션 제공
먼저 소개할 마르세유는 남부 프랑스인 ‘프로방스 알프스 코트다쥐르(Provence-Alpes-Cote d’Azur)주의 수도다. 프랑스의 지중해 관문이면서 제2의 도시다. 마르세유 사람은 대체로 거칠고, 마르세유에는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다고 한다. 마르세유 사람은 이견이 있다가도 뜻을 모으면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한다. 부산과 비슷하다.

마르세유의 영화 제작사 네옹 프로덕션(Neon Productions) 앙토낭 데데(Antonin Dedet) 대표를 만나 마르세유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유와 어려움, 그 극복 과정을 들었다. 인터뷰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17일(대면), 19일(화상) 두 차례 이뤄졌다.

■어려움 극복 방법

   
영화 ‘트랜짓’ 중 한 장면. 네옹 프로덕션 제공
프랑스는 전형적인 수도권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비수도권에서 영화를 만드는 일은 어렵다. 데데 대표는 “비수도권에 흘러가는 적은 금액을 제외하고는, 모든 결정과 재정 지출이 파리에서 이뤄진다. 마르세유에서 작업하는 것은 이 때문에 복잡하다. TV 관계자, 국립영화영상센터 직원들이 파리에 살고 그들끼리 거기에서 만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르세유에도 영화 제작사 및 제작자, 스태프가 거주하며 마르세유에서도 적지 않은 작품이 제작된다. 파리 영화계가 이러한 마르세유의 성장을 견제한다는 게 데데 대표 설명이다. 그는 “마르세유와 파리는 축구를 비롯한 각종 분야에서 라이벌이다. 파리 사람은 우리를 질투하고 약간 무시한다”며 “파리 사람은 항상 ‘마르세유에서 촬영하기 힘들다. 마르세유는 위험하다. 마르세유 제작자는 모두 자잘한 제작을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마르세유는 프랑스의 많은 도시 가운데 파리와 다른 정체성으로 자치와 번영을 꿈꾼다. 데데 대표는 파리 영화계와는 차별화하기 위해 고향에서 영화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나는 여기에서 태어나 자랐고 파리에서 일하다가 마르세유에서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그가 2002년 세운 네옹 프로덕션은 각종 부대사업(로케이션 지원, 광고 영상 촬영 등)을 하면서 독립적으로 장편영화를 제작한다. 마르세유의 대표적 영화 제작사인 네옹 프로덕션의 대표작으로는 영화 ‘트랜짓’(Transit, 2018·공동제작), ‘앙 스크레’(En Secret, 2011·공동제작)가 있으며 장편 18편, 단편 55편, 다큐멘터리 5편을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트랜짓’은 주인공이 마르세유로 탈출하고 한 여인을 만나 위안받는 내용이다. 1943년 1월 독일 히틀러의 대침공을 받았던 마르세유가 오히려 독일인을 품는다는 함의도 담겼다.

■돌파구는 어떻게

   
앙토낭 데데 네옹 프로덕션 대표는 프랑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7일 마르세유 영화 제작사 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정옥재 기자
영화 산업은 주로 제작자가 감독, 작가를 섭외하고 투자와 지원을 받아 제작에 들어간다. 데데 대표는 프랑스 정부와 주 정부, 시청에서 지원을 받아 작가 영화(예술 영화)를 만든다. 영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로케이션·촬영 지원, 공동제작을 하며 자금을 마련한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는 12명 직원을 뒀다가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프로젝트별로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바꿨다.

데데 대표는 현재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한다. 돈을 벌 수 없는 작가 영화를 제작하는 한편, 영리를 위해 제작 집행을 한다. 제작 집행이란 외국이나 파리 제작사를 위해 남프랑스 촬영을 지원하는 일을 말한다. 데데 대표는 한국의 노경태 감독 등과도 공동제작을 했다. 그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 자유로워지고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작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마르세유 전경. 사진 가운데가 중심부인 구항이다. 정옥재 기자
■마르세유 장점은

마르세유는 물가가 싸고 삶의 질도 파리보다 다섯 배 높다는 게 데데 대표의 설명이다. 네옹 프로덕션 사무실은 마르세유 중심가인 구항(Vieux Port·부산항 북항 같은 곳)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지중해 연안에 있다.

그는 “바닷가이면서 중심가에서도 가깝고 경치도 아름답다. 조용한 동네여서 나의 작업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마르세유는 북아프리카와 가까워 아랍계 주민이 많고 유럽에서 유대인이 많은 도시 가운데 하나다. 데데 대표는 “마르세유는 다양한 배경이 있어 촬영하기에 좋다. 예를 들면 오늘은 바닷가에서 찍고 내일은 가까운 산에서나 다른 도시인 액상프로방스, 칸, 니스에서 촬영할 수 있다”며 “마르세유는 날씨가 굉장히 좋다. 빛이 강하고 좋아 감독들에게 매력적이고 날씨가 온화하고 비가 별로 오지 않아 야외 촬영 하는데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네옹 프로덕션은 이러한 마르세유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국제 협력 사업(공동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는 “두바이 노르웨이 알제리 등에서 감독 영화 프로젝트를 찾아 해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국제영화제마다 마련되는 공동 제작 포럼에서 함께할 감독을 찾는다.

데데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에도 여러 번 갔다. 부산은 한국에서 지중해 연안 도시와 가장 닮았고 다양한 문화가 있다”며 “부산에서 영화를 제작하기는 쉽지 않고 복잡할 것이다. 나도 마르세유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잘 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어서 열정을 갖고 계속하다 보면 성취를 이룰 것이고 상황도 변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마르세유=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특별한 취재 도움 : 박혜민(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 영화과 박사과정), 동의대 김이석 교수, 하비에르 국제학교 김수경 임정원 교사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획취재지원사업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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