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일자리 없다며 수도권행
- 기업은 고급인력 찾으려 이탈
- 2015년부터 법인 유출 본격화
- 지난해에만 3581개 업체 전출
- 인센티브 확대 등 육성책 절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핵심 인력 수도권 이전이 가시화(국제신문 지난 18·19일 자 1·3면 보도)하면서 부산 기업들의 ‘탈부산’ 현상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는 ‘부산에는 이제 ‘노인’과 ‘바다’만 남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역 대학 졸업생들은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향하고, 기업들은 인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등 기업과 인력 모두 ‘어쩔 수 없이 부산을 떠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인재 찾아 너도나도 수도권행
지난해 5월 부산 부산진구에서 회사를 설립한 ‘브리엑스’는 불과 6개월 만에 서울 중구로 회사를 옮겼다.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인 이 회사는 애초 서울에서 창업하려다 여건이 맞지 않아 부산에 둥지를 틀었지만 전문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 결국 ‘서울행’을 택했다. 이 회사 직원 A 씨는 “IT 관련 인재를 구하기에 서울이 유리하고 동종업계와 협업에서 서울이 훨씬 편해 회사를 옮겼다”고 말했다.
23일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법원의 상법법인 본점 이전등기 신청 현황과 한국기업데이터㈜의 부산지역 전출입기업 1676개 사 정보를 분석한 결과, 전출 기업이 3581개 사로 전입 기업(3410개사)보다 171개 사가 많았다.
최근 10년간 법인의 순이동(전입-전출) 현황을 보면 상황은 갈수록 심각하다. 2011~2014년 43개에서 -57개 사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던 순이동은 2015년부터는 줄곧 내리막이다. 2015년 -71개를 기록한 순이동은 ▷2016년 -109개 ▷2017년 -92개 ▷2018년 -213개 ▷2019년 -276개 ▷2020년 -171개로 순유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IT인력 남방한계선 대전서 ‘판교’로
최근에는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에 기업들이 집중되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에 따르면 소위 좋은 일자리가 북상하면서 스타트업 분포도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90% 이상이 몰렸다. 마 교수는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남방한계선이 대전에서 최근에는 용인 기흥 라인까지 올라갔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연구개발(R&D) 기업은 판교 밑으로 내려가면 고급 IT인력을 얻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테크노밸리(제1판교)에는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자회사 10여 곳이 판교역에 모여 있으며, 맞은편에 네이버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IT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다 제2판교와 제3판교로 확장하고 있어 지역 인력 및 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마 교수는 “부산은 서울 강남과 같은 융·복합 기능, 청년 인구가 선호하는 대화의 장이 형성되고 그 일부가 엄청난 사업 아이디어로 쓰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고민해야 한다”며 “기업 유치에 대한 인센티브도 파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 울산 경남에 밀린 신성장산업
부산 경제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산업 부문 위상도 수도권은 물론, 울산 경남 광주 등에도 밀렸다. 지난해 부산상의가 낸 ‘품목별 수출통계로 본 부산지역 신성장산업 위상과 과제’를 보면 2019년 부산의 신성장산업군의 수출실적은 25억 달러로 126억 달러인 서울의 5분의 1, 112억 달러인 인천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부울경에서도 울산(58억 달러), 경남(40억 달러)에 한참 뒤처졌다. 전국적으로 차세대 반도체 품목이 36.3%로 가장 높은 데 비해 부산은 1.1%에 그친다. 반면 프리미엄 소비재가 64.7%로 신성장산업의 수출을 주도하는 품목군이 타 도시에 비해 취약하다.
부산상의 심재운 조사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지정한 신성장산업은 지역경제에도 향후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차세대 반도체와 같은 핵심성장산업 기반을 조속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항공·드론 등 지역 비중이 큰 성장산업도 중소 제조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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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