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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화 나아갈 길 <6> 스웨덴 예테보리의 저력

지역영화인 연대해 ‘게릴라’식 창작 … 칸 황금종려상 품다

  •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   입력 : 2021-11-28 20:05:0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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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제작사 ‘플랫폼 프로덕션’
- 2017년 作 ‘더 스퀘어’로 영예
- 감독이 직접 편집하고 각본 써
- 영화학교서 전 제작 과정 훈련
- 예테보리 영화제와 긴밀 협력

- 사설 ‘예테보리 필름 스튜디오’
- 북유럽 중심 지리적 위치 활용
- 촬영소 4곳서 年 5, 6편 촬영

- ‘서부필름’ 공동제작·지원 수행
- 비수도권 영상산업 선순환 일조

예테보리는 스웨덴이 대서양과 북해로 진출하는 제1 항구이고 해마다 내실 있는 영화제를 개최하는 스웨덴 제2의 도시다. 인구 60만 명가량의 이 도시는 영화제, 영화학교, 영상 제작사가 힘을 모아 수도가 아닌 곳에서도 영화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산은 비슷한 사회적 조건을 갖춘 예테보리 영화 생태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인 악셀 다니엘슨(왼쪽부터), 에릭 헴멘도르프, 루벤 외스틀룬드가 사진 촬영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니엘슨은 이 영화를 제작한 플랫폼 프로덕션의 공동 소유주이고, 헴멘도르프는 제작자이며, 외스틀룬드는 영화 ‘더 스퀘어’의 감독이다.
■제작사 현황은

40여 곳의 예테보리 영화 제작사 가운데 ‘플랫폼 프로덕션(Plattform Produktion)’은 집단 창작을 추구한다. 제작 아이디어를 함께 발전시키지만 이 회사의 제작자나 감독 각자가 영화를 만든다. 기자는 지난 19일 예테보리 중심가 한 골목의 이 회사를 찾았다. 제작자인 에릭 헴멘도르프,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가 2002년 설립한 이 회사는 이들을 포함한 네 명이 공동 소유주다. 루벤 외스틀룬드는 2017년 ‘더 스퀘어(The Square)’로 세계 3대 영화제인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세계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의 봉준호(영화 ‘기생충’) 감독보다 2년 앞선 일이다. 봉 감독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혜택을 누렸지만 외스틀룬드는 수도가 아닌 곳에서 작업하는 감독이다. ‘더 스퀘어’는 미술관 큐레이터에게 닥친 절도 사건을 실마리로 현대인의 위선을 담담하게 풍자했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필름 이 베스트’의 예테보리 연락사무소.
이날 바쁜 작업 가운데에서도 헴멘도르프와 외스틀룬드가 와서 인사했고 사진 촬영에 응했다. 공동 소유주이자 프로듀서 겸 감독 악셀 다니엘슨이 인터뷰에 나섰다. 다니엘슨은 예테보리에서의 영화 작업에 대해 “수도 스톡홀름이 모든 것을 갖춘 큰 군대라면 예테보리는 게릴라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하고 작은 인력으로도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영화학교에서 이를 훈련받았다”고 말했다. ‘더 스퀘어’의 편집, 시나리오 창작 역시 감독인 외스틀룬드가 직접 했다. 헴멘도르프, 외스틀룬드, 다니엘슨은 예테보리 영화학교 동문이다.

이 영화사는 예테보리 영화제와도 긴밀하게 협력한다. 다니엘슨은 인터뷰하다가 종이에 영화 제작사 영화제 학교를 각각 꼭짓점으로 두고 이 꼭짓점을 이어 삼각형을 그렸다. 그는 “완전한 기회를 얻으려면 협력해서 삼각형의 가운데에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그 논의의 중심은 영화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 문제와도 결부돼야 한다. 예를 들어 ‘폭력은 왜 일어나고 어떻게 묘사되는가’ 등등”이라고 말했다. 외스틀룬드와 다니엘슨은 영화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한다.

다니엘슨은 ‘왜 여기에서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물음에 “우리는 스톡홀름에 주된 사무소를 두지 않음으로써 에너지를 얻는다. 우리는 주변부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주변부에서 새로운 중심을 만든다.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우리는 이를 ‘예테보리 버블’이라 부른다”고 강조했다. 버블이란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정의된 단어로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허용된 사람들 내의 한 그룹을 의미한다. 다니엘슨이 말한 ‘예테보리 버블’이란 주변부에서 새로운 중심을 개척하는 영화인을 일컫는다.

■사설 스튜디오와 펀드

‘예타필름’ 및 ‘예테보리 필름 스튜디오’의 폴 블롬그렌 도반 대표가 스튜디오 내부를 설명하는 모습.
예테보리에는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영화 제작사인 예타필름이다. 예타필름은 1989년 크리스터 닐슨이 설립했고 현재 대표는 방송 기자 출신인 폴 블롬그렌 도반이다. 도반 대표는 예타필름과 함께 별도의 스튜디오 회사인 ‘예테보리 필름 스튜디오(Gothenburg Film Studios)’도 운영한다. 2010년부터 운영된 이 회사에는 900㎡ 350㎡ 250㎡ 면적의 스튜디오 3개를 포함해 모두 4개의 스튜디오가 있다. 이 스튜디오에서는 한 해 5, 6편 영화가 촬영된다. 플랫폼 프로덕션의 ‘더 스퀘어’ 역시 이곳에서 촬영됐다.

그는 “사설 업체가 대형 스튜디오를 가진 경우는 스웨덴 내에서도 독특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테보리 외곽인 이곳에 부지를 조금씩 사들였고 현재의 스튜디오 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키웠다. 도반 대표는 예테보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장점으로 살려 사업을 추진한다. 그는 “예테보리에서 태어났고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여기에서 활동한다. 예테보리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의 중간에 있어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제작사로서 자립하기 위해 촬영 장비 대여업도 했고 현재는 차량 대여업(35대)도 하고 있다. 장비 대여업은 별도 법인이었는데, 장비 창고를 예테보리 회사에 남겨 둔 채 덴마크의 한 회사에 매각했고 덴마크 회사와는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플랫폼 프로덕션, 예테보리 필름 스튜디오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예테보리 역내에서 제작 투자 후반 작업의 중요 부분이 이뤄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필름 이 베스트(Film i vast·서부 필름)’ 역할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공동 제작사이면서 영상 펀드를 보유한 서부 필름은 예테보리가 포함된 스웨덴 서부의 영상 산업을 지원한다. 서부 필름은 쉽게 말하면 부산영상위원회에다 촬영소, 영상 펀드를 합쳐 놓은 반관반민 회사다.

서부 필름이 운용하는 펀드는 스웨덴영화진흥센터, 스웨덴 TV 채널, 방송 기금 등에서 나온다. 1992년 설립된 이후 1000편 이상의 장편 영화 TV 드라마 다큐멘터리 단편 영화를 공동 제작했다. 이 펀드의 지원을 받아 영상물을 제작하려면 제작과 후반 작업을 스웨덴 서부에서 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달린다. 황금종려상 수상작 ‘더 스퀘어’의 성공에도 서부 필름이 한몫했다.


※취재 도움 : 스웨덴영화진흥센터 멜리사 존슨, 주한스웨덴대사관 차주희 조윤진, 북유럽연구소장 하수정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획취재지원사업으로 작성됐습니다.

예테보리=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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