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금공 상품이지만 실적 포함돼
- ‘후취담보’ 설정 거절 사례 속출
- 신규단지 입주예정자들 한숨만
부산에 사는 30대 신혼부부인 A 씨는 최근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정책금융 상품인 보금자리론으로 잔금대출을 받으려다 은행에서 거절당했다. A 씨의 아파트는 재개발 신규 분양 아파트로 보존등기가 되지 않아 은행에서 후취담보 설정을 해줘야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은행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은행에서 정부의 대출총량규제 영향으로 보금자리론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 시 실수요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은행이 거절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 고금리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계속되는 가계대출총량관리 속에 은행들이 보금자리론 취급을 피하면서 잔금 납부를 앞둔 입주예정자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2030 젊은 층이 첫 ‘내 집 마련’을 위해 주로 이용하는 주금공의 정책금융 상품이다. 집값 시세 6억 원 이하, 연소득 7000만 원(신혼부부 8500만 원) 이하에 제공되는 고정금리의 주담대로, 만기는 최대 40년, 최대 한도는 3억6000만 원 규모다. 실수요자 대상인 만큼 담보인정비율(LTV)이 다른 주담대(투기과열지구 40%)보다 높은 최대 70%까지다.
문제는 주금공에 채권이 양수되기 전까지 1~3개월 은행의 가계부채 실적에 포함되므로 대출총량 조절에 나선 은행들이 취급을 꺼리면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신규분양 집단대출에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 담보 취득이 어렵기 때문에 은행의 ‘후취담보’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출 실행 후 담보를 잡는데, 리스크는 은행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기존 대출도 축소하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자 은행들이 보금자리론을 거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이달 입주가 시작된 연제구 H 아파트에서는 관련 사례가 빈번했다. 이번 주에 입주할 예정인 B 씨(40)도 보금자리론으로 잔금대출을 받으려다 은행에서 후취담보 설정을 해주지 않아 더 높은 금리의 시중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B 씨는 “입주 후에 담보설정이 가능해지면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탈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린 C 씨는 “보금자리론 조건에 부합해도 후취담보 문제로 진행이 어렵다고 한다. 해가 바뀌면 규제가 완화돼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신문고에도 관련 민원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 게시판에는 ‘후취담보 보금자리론은 대출총량에서 제외해 달라’ ‘하루 아침에 2%P 더 높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가계부채 총량한도에서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금공 차원에서 은행 본점에 협조를 요청하는 식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은행에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